문재인 정부가 오는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우여곡절은 적지 않았지만 전임 대통령 궐위에 따른 국정혼란 사태는 비교적 빠르게 수습됐다. 크고 작은 정치·정책 논란 속에서도 국정지지율이 70%대의 견고한 지지선을 유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간의 행보는 초유의 국정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응급처방 수순일 뿐이다. 근본적 국정개혁의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개월여의 키워드 정책들을 중심으로 공과 과를 냉철하게 되짚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구상을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①국정 수습=문 대통령 취임 3개월여간의 최대 공적은 최순실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내치를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점이다. 취임 이후 내각과 군 인사 등에서 탕평인사를 펴 지역·노선 갈등을 완화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임기를 시작했지만 곧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정자문위를 통해 조기에 임기 5년간의 국정 청사진이 마련됐다. 정부 조직개편과 조각 과정에서는 진통이 잇따랐지만 새 정부 출범 100일 전에 대부분 마무리됐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대여야 관계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여권 지도부와의 교감이 원활하지 않다는 시그널도 종종 나왔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아무리 국정지지율이 높아도 (정부의 국정과제 입법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원활한 국정 운영이 안 된다”며 “우선 여권 내부와의 협치를 해야 한다”고 국회와의 협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②권력기관 개혁=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권력기관과 군 개혁에 과감히 나섰다. 신호탄은 지난 5월 검찰 돈 봉투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감찰지시였다. 이후 최근에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발족해 공수처 설립, 검찰 인사제도 개선 등의 검찰 수술작업에 가속이 붙게 됐다. 군 역시 육군 중심이던 기존의 지휘부 체제를 공군·해군 중심으로 물갈이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쇄신이 시작됐다. 국가정보원도 수술대에 올랐다. 국내 정보수집 업무 등이 폐지돼 정치개입 등의 소지가 사라지며 대신 대북업무와 해외 및 안보업무, 대테러 업무 등 중심으로 개편된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의지가 높고 각 부처가 이를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잘 추진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야권 등 일각에서는 권력기관 개혁작업에서 자칫 전임 정부에 대한 보복성 수사나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③정책 과속=공이 있다면 과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조기에 이행하려고 하다 보니 경제여건·산업구조 등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과속하려고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일자리 창출, 임금개선, 복지확충 차원에서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 논의 없이 사업이 급추진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자리 및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여당, 청와대 간 시그널 혼선이 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소득세 명목세율 인상 등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해프닝까지 연출됐다.
④절차위반=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조급증은 정책현장에서 절차위반 등의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탈원전에너지 정책 추진과정에서 당국이 문 대통령의 공약이행에 치중하다 보니 적법한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원전건설 사업 중지 등의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다. 정부는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꾸렸지만 정작 정책결정 프로세스와 책임을 놓고 당국과 공론화위가 핑퐁게임을 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 정부가 (민감한 정책들을)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밀어붙이면서 너무 과속하는 것 같다”며 “탈원전 문제나 최저임금 인상 등은 디테일한(세부적인) 정책 마련에 있어서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