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대학생의 학비를 면제해주고 졸업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경우에만 이를 상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교육국채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어 재정악화를 초래하는 대학 무상교육이 실행될 경우 ‘퍼주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일부 대학생들의 학비를 국가 재원에서 지원하고 졸업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경제적 자립을 이룬 수혜자에 한해 학비를 상환하도록 하는 이른바 ‘출세(出世)지불’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한 안으로 ‘교육무상화’를 추진해온 아베 총리의 생각이 녹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앞서 내년부터 상환 의무가 없는 월 3만엔 수준의 장학금 지급 방침을 세웠지만 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해 당장 부담해야 할 대학 등록금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출세지불’ 방식은 호주의 ‘고등교육학자금대출제도(HECS)’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HECS는 성적 우수자에 한정해 학비를 면제하고 졸업 후 경제적 자립을 이룬 졸업생의 월급에서 원천징수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이 정책을 도입할 경우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대학의 수입 역시 증가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일본이 국가 채무를 늘려 선심을 쓴다는 비난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또 대학 진학률이 이미 80%를 넘는 일본이 거액을 들여 대학교육 무상화를 추진하는 데 대한 효용성 논란도 제기된다. 신문은 “일본의 대학 수업료는 연간 3조1,000억엔에 달한다”며 “출세지불로 일부를 회수하더라도 수조엔 단위의 국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투자 대비 효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논란을 무릅쓰고 대학 등록금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물밑작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헌 발의를 위해 반드시 협력을 구해야 할 야당 일본유신회의가 주장해온 교육 무상화 정책을 ‘출세지불’ 방식으로 우회 도입해 개헌의 디딤돌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총리가 개헌 과정에서 유신회의 협력을 얻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