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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아역출신배우①] ‘군주’ 유승호부터 ‘다만세’ 여진구까지…“꼬리표는 없다”

최근 브라운관 주역들을 보면 ‘기특하다’, ‘반갑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초등학생, 혹은 그 이전부터 연기를 시작한 아역 출신 배우들이 어엿한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역 배우들에게는 성인역을 맡는 것이 하나의 도전 과제로 다가온다. 과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추억 속의 아역 스타에만 머무를 수도, 당당한 주연 배우가 될 수도 있다. 그 중 지난달 종영한 MBC ‘군주-가면의 주인’ 속 유승호와 현재 방송되고 있는 SBS ‘다시 만난 세계’의 여진구는 ‘아역 꼬리표’를 훌륭하게 벗어난 대표적인 배우라고 할 수 있다.




배우 유승호, 여진구/사진=서경스타 DB배우 유승호, 여진구/사진=서경스타 DB


먼저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왕으로 열연한 유승호는 이미 8살부터 연기를 시작한 17년차 배우다. 2000년 MBC ‘가시고기’로 데뷔한 후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아역 스타로 발돋움했다. 아이다운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국민 남동생에 등극했다. 연예인으로서 큰 무기인 ‘호감 이미지’를 가지고 배우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09년까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부모님 전상서’, ‘왕과 나’,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영화 ‘돈 텔 파파’, ‘마음이’, ‘서울이 보이냐?’ 등 영화에서도 주연으로 활약했다.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성장도 자연스러웠다. 2010년 ‘공부의 신’, ‘욕망의 불꽃’을 통해 본격적으로 아역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다.

‘무사 백동수’(2011), ‘보고싶다’(2012)에서는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증명했다.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주역으로서 극을 이끌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렇지만 ‘아역 꼬리표’를 완전히 뗐다고는 할 수 없었다. 2013년, 스무 살이 된 유승호는 군 입대를 선택했다. 꾸준히 작품 활동 중인 남자 배우로서 큰 결심이었다. 제대 후 행보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승호는 2년간의 공백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영화 ‘집으로’의 어린 유승호를 기억하던 이들에게 군대에서의 늠름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인이라는 것을 와 닿게 했다.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여전히 20대 초반. 아역 이미지를 벗는 동시에 남자 배우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까지 해결했으니 진정한 일석이조였다. 용기 있는 선택이 만든 값진 결과였다.

영화 ‘조선마술사’로 돌아온 유승호는 비록 흥행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더 이상 아역 꼬리표를 달지 않게 됐다. 이후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는 변호사로 변신, 시청률 20%대를 만들어내고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다음으로 MBC ‘군주-가면의 주인’까지 동시간대 1위로 마무리했다. 드라마 2편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20대 대표 남자배우로 우뚝 섰다.


유승호의 뒤를 이어 바람직하게 성장하고 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여진구다. 그는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했다. 당시 염정아의 아들로 출연해 어린 나이임에도 가볍지 않은 감정 연기를 소화했다. 이후 드라마 ‘자명고’, ‘자이언트’, ‘무사 백동수’, ‘뿌리깊은 나무’ 등에서 선배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아역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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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 SBS ‘다시 만난 세계’/사진=MBC ‘군주-가면의 주인’, SBS ‘다시 만난 세계’


여진구는 MBC ‘해를 품은 달’과 ‘보고싶다’를 통해 더욱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작품 모두 아역 출연이었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각각 김유정, 김소현과 성인역을 뛰어넘는 애틋한 로맨스를 선보여 ‘진구 오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특히 성숙한 외모와 굵은 목소리가 한몫했다. ‘아역 로맨스’에 이토록 설레기도 참 드문 일이었다.

이후 2013년 ‘감자별 2013QR3’에서 처음 성인 역할에 도전했다. 전작 ‘보고싶다’에서 15살을 연기한 뒤 ‘감자별’에서 24살로 ‘폭풍 성장’했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스크린에서는 또 다시 선배 배우들과 만났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김윤석, ‘내 심장을 쏴라’ 이민기, ‘서부전선’ 설경구까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통해 연기 내공을 다졌다.

1997년생 여진구는 지난 2016년 드디어 스무 살이 됐다. SBS ‘대박’에서 연잉군(영조) 역을 맡아 성인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스물한 살이 된 올해는 더욱 열일 중이다. tvN ‘써클: 이어진 두 세계’를 시작으로 영화 ‘대립군’, SBS ‘다시 만난 세계’까지 쉴 틈이 없다. 장르도, 역할도 다양하게 선택하며 아역 꼬리표를 거부했다.

이 외에도 유승호와 함께 ‘군주-가면의 주인’에 출연한 김소현,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과 궁중 로맨스를 선보인 김유정을 비롯해 최근 종영한 ‘수상한 파트너’의 남지현과 ‘최고의 한방’ 이세영까지 모두 브라운관을 점령한 아역 출신 배우들의 좋은 성장 사례다. 이제 이들이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 아역 이미지를 떠올리는 일은 드물어졌다.

앞서 언급된 배우들은 아역 시절부터 다져온 연기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작품 세계를 조금씩 넓혀갔다. 무리한 이미지 변신보다는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단계를 착실히 밟아가면서 자칫하면 생길 수 있는 괴리감과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했다. 그밖에도 이현우, 진지희, 김새론, 김향기 등이 만만치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한 때 20대 배우 기근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역 출신 배우들이 그 자리를 알차게 메우고 있다. 뒤를 이어 남다름, 윤찬영 등 새롭게 떠오르는 아역들 또한 준비 완료다. 10대 시절부터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닦아온 아역 출신 배우들 덕분에 당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미래는 밝을 전망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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