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기존 시중은행에서도 모바일을 통한 간편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씨처럼 소득이 불안정한 20대에게도 간단하게 돈을 내주는 ‘쉬운 대출’이 이들의 삶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는 금융지식이나 소득 안정성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떨어지지만 모바일 접근성은 가장 뛰어나 최근 모바일에서 확 낮아진 대출 문턱이 자칫하면 이들을 연체나 상환 불능, 즉 빚의 구렁텅이로 내몰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들어 간편대출 시장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케이뱅크의 슬림K·미니K 대출, 카카오뱅크의 비상금 대출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비대면 간편대출 상품을 내놓자 은행권에서도 이에 질세라 대출조건을 크게 완화한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특징은 안정적 소득이 없는 저신용자들도 과거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증기관이나 신용정보기관을 거쳐 신용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서류 없이도 간편대출이 가능한 구조”라며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는 달라져도 대출 한도는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출 방식은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아 자금 마련이 어려운 20대를 대상으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생 김상진(23·가명)씨는 “학자금 대출이 잘돼 있다고 해도 등록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요즘에는 간편대출을 받아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 등록금만으로도 생활이 빠듯한 20대 초반이 다른 목적의 자금이 시급해 대출에까지 손을 뻗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20대는 금융지식 부족, 소득 불안정성 등으로 전체 연령층 중 연체율이 가장 높다. 올 초 한국신용정보원이 연령대별 연체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 6월 기준으로 대출이 있는 사람들 중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연체 중인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이 25세였다. 이들의 연체율은 2.3%로 35세(1.9%), 45세(1.5%), 60세(1.1%) 등 다른 비교군을 모두 앞질렀다.
심지어 아예 빚을 상환하지 못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20대도 계속 느는 상황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 수는 9,119명으로 3년 만에 50%가량 급증했다. 개인 워크아웃이란 90일 이상 연체한 채무자의 빚 일부를 탕감하거나 상환기한을 연장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간편대출까지 보편화되면 빚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20대가 더 급증해 사회적 문제로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대 가운데 금융거래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파일러(Thin-Filer)’가 많다”면서 “이들은 신용등급이 보통 6등급으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시중은행은 그나마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상대적으로 그러기 어려워 향후 대출 회수율에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간편대출 중에서도 20대가 접근하기 쉬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쉬운 대출이 많이 실행될 경우 부실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젊은층에 대한 금융 교육이나 이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 매뉴얼도 없이 출범해 부실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