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고양이의 눈동자가 플래시 불빛에 가느다랗게 오그라들었다. 눈부실지언정 고개 돌리지 않는 고양이의 당당함이, 칼날 같은 눈동자에서 분명하게 읽힌다. ‘고양이의 모습은 나 자신’이라는 사진작가 임종현의 개인전 ‘고양이 소리’가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행궁길갤러리에서 오는 23일 개막한다.
다양한 흑백사진 속 주인공은 오로지 고양이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관객을 똑바로 보고 있지만 두 눈을 질끈 감은 고양이의 표정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고양이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주장을 나직이 드러낸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국내 언론·잡지사 등지에서 근무하다 멕시코로 가 ‘라 프리마베라’ 스튜디오에서 포토 디렉터로 활동했다. 이번 출품작들은 멕시코에서 촬영한 도시 뒷골목의 고양이가 주를 이룬다.
사진학자 박순기 박사는 “고양이라는 대상을 통해 타지에서의 두렵고 암울한 심경, 위로받고 싶은 타자로서 소외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평했다. 임 작가는 총 3회의 개인전을 열었지만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