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자동차 업계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주에 걸친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메르켈 총리가 전날 도르트문트에서 선거운동을 재개하며 “자동차 업계의 상당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신뢰를 날려버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FT는 메르켈 총리가 본격적인 선거활동의 일성으로 디젤 스캔들을 겨냥한 것은 자국 자동차 업계의 디젤 스캔들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분노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까다로운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피한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에서 시작된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지난달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벤츠·BMW 등 5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가 1990년대부터 디젤차 배출가스 처리와 관련해 ‘비밀 담합’을 해왔다고 보도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다만 메르켈 총리는 자동차 업계를 비판하면서도 독일 경제의 핵심축인 자동차 업계의 혁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뒷받침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자동차 산업은 경제의 핵심역할을 담당한다”며 “전기차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카셰어링 등 혁신해야 하는 분야에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대항마인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도 앞서 “독일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비웃어왔지만 더는 교만할 여유가 없다”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쿼터를 정해 전기자동차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배출가스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며 자동차 업계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한편 FT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9월24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기민-기독사회당 연합은 슐츠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을 적게는 24%포인트에서 많게는 39%포인트 차로 넉넉히 따돌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