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脫원전 에너지 新 골든룰 찾아라] '신재생 우등생' 濠도 전력난...韓, 풍력 등으론 전력품질 장담못해

<4>컨트롤 안되는 신재생...안정적 전력도 경쟁력

남호주, 신재생비중 53%...전력공급 불안·요금도 세계 최고

변동성 큰 태양광 등 비중 높이면 전력수요 맞추기 힘들어

10초만 정전나도 반도체 등 수백억 피해에 우려 목소리

안정·조절 가능한 공급체계 통해 '고품질 전력'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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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목표가 과도하게 설정돼 있고 매우 비현실적이다. 에너지원의 종류가 아닌 에너지 안보가 우선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적극적이었던 호주의 맬컴 턴불 총리가 지난해 9월 공식석상에서 한 말이다. 턴불 총리의 이 발언을 계기로 호주 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9월 남호주에 유례없이 강력한 태풍이 불면서 시작됐다. 이 태풍으로 170만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던 것. 이 지역은 주정부의 재생에너지 확산 계획에 따라 기존 13%에 이르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3%까지 늘렸다. 이로 인해 비상 상황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정전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은 스위치만 켜면 바로 가동이 가능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자연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전력 수요에 맞춰 가동하기가 어려운 ‘급전불응’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올해 2월에도 남호주는 ‘정전’과의 전쟁을 치렀다. 한낮 42도까지 치솟은 온도가 저녁 시간에도 떨어지지 않아 전력 이용량은 많았지만 바람이 잦아들면서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이러한 특성을 ‘간헐성’ 문제라고 부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가의 장비가 추가로 확보돼야 했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남호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고품질의 전력 공급이 어려운데다 전기요금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호주의 3대 전력 회사가 지난 7월1일부로 전기요금을 최대 20%까지 올리자 남호주는 덴마크·독일 등을 제치고 세계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지역이 됐다. 석탄과 가스 등 자원 부국인 호주가 전력난에 시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값은 비싸지고 고품질의 전력공급이 힘들다 보니 이 지역 기업들은 폐업이나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호주의 사례가 2030년까지 현재 7%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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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발전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지면 전력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요건에 따라 변동성이 심해 공급 체계가 상당히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에너지학계의 한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공급 체계의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전력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백업 설비를 확충한다고 하는데 가격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급의 전력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과 수요가 최대한 같아야 한다. 오차가 커지면 정전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전압과 주파수가 불안정해져 전기 품질이 떨어진다. 여기서 전력 수요는 대략적인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시시각각 사용량이 달라져 정확히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안정적이고 조절이 가능한 전력 공급 체계를 통해 전기 품질을 유지하는데 그동안은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조건을 갖춰 한국은 전기 품질 면에서 프랑스와 함께 세계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 전원인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이 20%까지 높아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전기 수요가 몰릴 때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데다 기상 요건에 따라 간헐성(변동성)이 커 원전의 전력 품질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신재생 비중이 높아지면 전력 품질 순위도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 품질이 떨어지면 가정과 기업에서는 정전을 걱정해야 하고 심하면 전기제품 고장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처럼 정밀산업은 순간만 정전이 나도 수백억원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돌아야 하는데 10초만 정전이 나도 수백억원의 손해가 날 수 있다”며 “아직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난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보다 전력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11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을 만드는 전력정책심의위원회도 이러한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심의위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변동성 전원이 48.6GW로 확대되고 이에 필요한 변동성 백업 발전설비는 1.6GW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의 백업 발전량을 지나치게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공학과 교수는 “ESS와 양수발전기 약간만 있으면 모두 커버가 된다는 건데 실제로 그렇다면 신재생 비중이 높은 유럽이나 호주 등이 변동성 문제로 골치를 앓는 상황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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