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핵심이 될 AI 전용 반도체 개발이 글로벌 경쟁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하면서 각국 정부가 앞다퉈 자국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기술(IT) 분야가 AI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대한 양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중소 벤처·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원에 나서기로 했으며 미국과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AI 전용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AI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나 연구소·대학 등에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15일 보도했다. AI 전용 반도체는 시제품 제조에 드는 비용만도 많게는 40억엔(약 420억원)에 달해 대기업 외에는 자체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감안, 정부가 기업 대신 전용 소프트웨어나 설비를 사들여 기업들의 초기 투자비용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 등을 지원해 풀뿌리 수준에서 혁신적 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AI 전용 반도체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AI 구동에는 빅데이터를 처리할 연산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의 반도체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제조업의 무게추가 인텔에서 엔비디아로 이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텔의 주 모델인 중앙연산장치(CPU)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프로그램 구동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글로벌 경쟁이 막 시작된 AI 전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발 지원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차세대 AI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정부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이미 구글·인텔·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대형 IT 기업들이 반도체 스타트업 인수 등으로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미 공군·에너지부 등과 스탠퍼드대가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위해 협업하는 등 미국 정부도 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중국 정부도 차세대 IT 산업에서 미국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선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의 10개 육성 분야 중 하나로 차세대 반도체를 지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