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檢 "양형기준, 국민 '법 감정'에 맞게 고쳐야"

온정주의 판결에 국민신뢰 잃어

檢 '범죄 처벌 국민 인식조사'

일부 범죄 양형강화 염두한 듯

대법은 "일부 내용 공감하지만

현제도 보완으로 충분" 입장

지난 6월 두 살인범에 대한 각기 다른 법원의 판결을 두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사체를 은닉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른 법원은 고등학생 딸을 성추행한 교사를 살해한 40대 여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는 판결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사법부가 국민 정서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검찰이 대법원 양형기준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범죄에 대한 형벌기준을 객관화하기 위해 2007년 도입한 양형기준이 국민의 법 감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전면적인 재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양형기준 적용 대상 범죄의 처벌에 관한 국민 인식 조사’의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국민 입장에서 △양형기준 적용 방법을 이해하고 있는지 △양형기준 처벌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양형의 바람직한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묻겠다는 것이다.



내용 자체는 단순한 설문조사지만 실상은 양형주의 개선을 위한 자료로 삼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국민의 법 감정이 엄벌주의에 가까운 만큼 현재 양형기준에 대한 비판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검찰도 조사 계획안에서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양형기준 개선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38개 범죄군으로 설정된 양형기준은 제도 도입 10년 만에 90% 가까운 준수율을 보이고 있다. 검찰도 양형기준 제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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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해 대검에 사건처리기준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양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외부기관 용역으로 현행 양형기준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용역을 맡은 영남대 산학협력단은 △양형 불균형 △객관적 기준 미흡 △온정주의적 양형과 양형심리 미흡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형 목적·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 구조적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이 연구보고서와 인식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르면 올해 제도 개선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 사건처리기준 TF 관계자는 “양형기준에 국민 법 감정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렇게 되도록 검찰도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은 이러한 주장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현 제도의 보완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양형기준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양형위에서 논의해 계속 보완하고 있다”며 “양형기준이 없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를 기소한 검찰에서는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판사 입장에서는 사건 내용과 증거, 변호인 진술 등을 검토해 양형을 따져야 하는 만큼 결론만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오는 12월 양형기준 10주년 심포지엄을 열어 각계의 개선 의견을 검토할 계획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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