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내부에서 ‘황금알을 낳는 효자’로 통했던 카드사가 미운 오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사업의 양대 축인 카드 수수료와 대출(론) 사업 모두 정부 규제에 막혀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일부 금융지주들은 정부 정책 영향에 따른 하반기 카드사 영업실적을 긴급 리뷰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A카드사는 최근 하반기 경영계획을 점검하며 가맹점수수료 범위 확대 등에 따른 실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예상보다 이익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나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수료 수익 감소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뾰족한 묘안을 내지 못해 더 불안한 상황이다.
B카드사도 최근 지주에서 카드 가맹점수수료 범위 확대를 계기로 사업 전반을 점검했는데 업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B금융지주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 정도면 (카드) 사업을 접어야 할 수준”이라는 반응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카드사도 최근 계열사 전체 회의가 열리면 항상 카드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말부터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가맹점 범위가 매출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전격 확대돼 카드 업계 전체에서 3,500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것으로 카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4%로 낮추기로 하면서 카드사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도 낮춰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더군다나 올해 금융당국은 카드와 캐피털사 등 여전사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7% 이하로 관리하기로 해 박리다매 식으로 대출을 늘리는 것도 제한된다.
문제는 카드사 경영환경을 악화하는 추가적인 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말 가맹점수수료율을 재산정할 때 카드사에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은 오는 2019년부터 유흥주점업의 부가가치세를 대신 내는 대리납부제도를 도입해야 해 전산 구축과 인력 증대 등의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라는 정책 과제에 파트너로 참여한 카드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 조치들이 시행될 경우 수익 악화를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내 관심을 모았던 카드사의 실적 악화로 비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려던 금융지주사의 전략도 비상이 걸렸다. 카드사 이익 비중이 상승세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특히나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순이익 중 카드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33.4%에 달한다. 하나금융도 최근 들어 카드사 이익이 향상되며 7.3%까지 올라왔다. 일부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최후의 방책으로 은행으로의 카드사 흡수합병이나 카드사와 캐피털사 간 합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사들은 2004년 카드 사태 당시 경영이 어려워지자 은행으로 흡수되면서 30% 내외의 인력을 은행으로 재배치한 바 있다.
/조권형·김보리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