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국회도 촛불 민심을 이어받아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해오셨던 일들을 뒷받침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72주년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17일로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소회와 여당 원내대표로서 앞으로의 각오를 밝힌 것이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심을 통해 만들어진 정권”이라면서 “촛불 민심, 국민 민심을 잘 받들고 있어서 문 대통령이 해온 일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5월16일 원내대표로 선출돼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 정부 초반의 내각 인사와 추가경정예산안 등의 국회 처리를 지원해온 그로서는 당연한 얘기다.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 정부는 모두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가 경축일 행사를 하는데 이 정부의 8·15 기념식은 촛불 승리 자축연이었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대독 유화정책까지 언급하며 “평화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출범 100일을 맞는 새 정부의 성패를 예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역대 정권 초반에 그래 왔던 것 이상으로 지난 100일 동안 우리 사회는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좀처럼 70%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대변하듯이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야당이 비판해도 ‘국민 지지’라는 명분을 갈음하기에는 현재 상태로는 역부족이다. 자칫 이 구도에 섣불리 도전하는 것은 오히려 여론의 거센 ‘역풍’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새 정부의 지난 100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으로 생긴 국정 공백을 비교적 큰 잡음 없이 메우면서 관리해오고 있음도 충분히 평가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광복절 경축식의 여야 지도부 반응처럼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나라다운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과거 정부의 오류와 폐단을 청산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각론인 추진 정책들이 곳곳에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당장 야당이 ‘본 게임’이라고 예고한 9월 정기국회에서 문재인표 입법이나 예산이 여권의 바람처럼 순조롭게 국회 문턱을 넘어갈지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탈원전에서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확대, 노령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등에서 북핵 문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 곳곳이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핵심은 현 정부와 여당이 ‘촛불 민심’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민 주권의 촛불 민주주의’를 20대 국정전략의 제일 머리로 삼았다. 여당 지도부는 그동안 야당의 반대에 부딪치면 ‘촛불 민심’을 경고의 소재로 삼았고 동시에 국민 여론에 읍소했다.
그러나 권력현상을 냉정히 분석해보면 ‘촛불 민심’의 유효기간은 정권교체까지다. 이제 남은 4년 9개월여를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새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다. 국회 지형이 여대야소였던 박근혜 정부 당시 한때 유행했던 말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다. 국회 내에서 수적 우세임에도 주요 법안이나 정책이 교착 상태에 빠지는 현상에 대한 볼멘소리였다. 여당이 다수당일 때조차 대통령의 국정운영 주도는 소수인 반대의 목소리를 헤쳐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소수파 정부다. 그렇기 때문에 현 여권은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민의 지지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는 한계가 명확하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동력으로서 ‘촛불’의 유효기간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jh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