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살충제 계란 파문 르포] 볶음밥에 오므라이스까지...푸드코트·학교급식 "계란 안씁니다"

■대형마트·급식업체 가보니

냉면도 고명 빼고 만두 서비스로

기업 급식도 "당분간 대체 메뉴"

일부 유통업체 판매 재개했지만

"완전히 해결 때까지 안먹을 것"

소비자 불안 쉽게 가시지 않을듯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 된 16일 서울 이마트 월계점 푸드코트 매장에 ‘오므라이스’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송은석기자‘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 된 16일 서울 이마트 월계점 푸드코트 매장에 ‘오므라이스’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송은석기자




# 16일 국내 이마트 가운데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서울 은평점 8층 푸드코트. 계산대 앞에 ‘푸드코트의 계란 고명(비빔밥·냉면·볶음밥 등)을 넣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기자가 직접 볶음밥을 주문하니 실제로 볶음밥에 계란은 빠지고 그 자리를 오이와 당근이 채우고 있었다. 주방장 김용복(65)씨는 오이와 당근을 가득 채운 그릇을 직접 보여주며 “계란을 쓰지 못하게 돼 대체품을 넣을 수밖에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계산원 지모씨는 “오늘부터 계란 고명을 못 넣게 됐는데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16일 주요 마트, 음식점 등을 직접 다녀본 결과 대다수 현장에서 계란 첨가 제품을 일제히 뺀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계란이 고명 형태 등 일부만 들어가는 볶음밥·냉면·비빔밥·김밥을 비롯해 달걀이 맛의 전부인 오므라이스에도 계란을 뺀 음식점이 나타났을 정도다. 이마트·GS25·티몬·맥도날드 등 일부 유통·식품업체들이 이날 오후부터 정부 검사를 통과한 계란(생란)과 관련 제품에 대해 판매에 들어갔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수그러들면 유통 및 식품업체들이 계란을 다시 매대 및 식품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란 관련 매출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푸드코트에서 계란 음식 사라졌다=실제로 이마트 은평점을 비롯한 상당수 대형마트들은 푸드코트에서 계란 관련 음식 판매를 금지했다. 이마트 월계점 푸드코트의 경우 냉면에 고명으로 얹는 계란 대신 볶음밥이나 만두를 제공하기도 하고 오므라이스에 계란 대신 밥이나 감자튀김을 추가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심을 굳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별로 푸드코트 메뉴가 다른데 오므라이스 등 일부 매장들은 계란 추가 음식을 팔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주부 고숙자씨는 “(상황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계란을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김모(42)씨는 “살충제 계란은 폐기했다지만 이미 유통된 제품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섭취할 수도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며 “메추리알 등 비슷한 다른 제품도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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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마트 은평점 푸드코트에서 파는 실제 볶음밥. 계란이 빠지고 당근·오이가 추가됐다. /윤경환기자16일 이마트 은평점 푸드코트에서 파는 실제 볶음밥. 계란이 빠지고 당근·오이가 추가됐다. /윤경환기자


이마트 은평점 푸드코트의 볶음밥 전시품. /윤경환기자이마트 은평점 푸드코트의 볶음밥 전시품. /윤경환기자


◇학교·기업 급식도 계란 빠져=급식·외식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웰스토리·아워홈·CJ프레시웨이·동원홈푸드 등 급식업체들은 이날 계란을 식단에서 제외했다. 동원그룹은 서울 사옥 구내식당에서 원래 예정된 치즈 계란말이 대신 고기 산적구이를 제공했다. 이들은 앞으로 최소 1~2일 동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란을 대체한 메뉴만 공급하기로 했다. 급식업체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교육청들도 일제히 계란 급식을 잠정 중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당분간 학교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맥도날드·버거킹 등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계란이 들어간 제품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김밥업체인 바르다김선생도 김밥 메뉴 11개 가운데 ‘바른김밥’ ‘김미김밥’ ‘어린이아몬드김밥’ 등 계란이 들어간 5개 제품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우동 등 다른 식사메뉴에서도 계란을 뺐다.



◇계란 판매재개, 소비자 불안 사라질까=대형 프랜차이즈 회사와 달리 상당수 구멍가게나 동네 음식점에서는 여전히 생란이나 계란이 들어간 음식을 파는 것으로 확인돼 온도 차가 감지됐다. 이들은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도 생계유지를 위해 틈새시장 공략처럼 관련 제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었다.

당산역 인근에서 7년 이상 김밥집을 운영해온 정종순씨는 “김밥을 말기 전에 손님에게 계란을 뺄지, 넣을지 물어봤는데 빼달라고 한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오늘 아침에만 김밥 150줄이 팔렸다”며 “15일 저녁 계란 중간 유통업자에게 다른 김밥집도 계란 발주를 넣었느냐고 물어봤더니 다른 곳도 대부분 발주를 넣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마트·GS25·티몬·맥도날드 등 일부 유통·식품업체들은 이날 오후부터 정부 검사를 통과한 계란에 한정해 판매를 재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생란 등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 된다”고 말했다./윤경환·박윤선·박준호·변수연기자 ykh22@sedaily.com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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