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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 졸음도 병이다? 수면장애가 졸음운전의 원인!

‘생로병사의 비밀’ 졸음도 병이다? 수면장애가 졸음운전의 원인!




16일 방송되는 KBS1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대한민국 수면보고서 제 2편 - 졸음도 병이다> 편이 전파를 탄다.


해마다 반복되는 대형 졸음운전 사고, 졸음운전은 누구나 의도하지 않게 엄청난 대형 참사를 일으키기 때문에 도로 위의 숨겨진 살인자 ’히든 킬러(Hidden Killer)‘라 불린다. 지금까지 졸음은 단순히 몸이 피곤한 문제로 치부되어 정부는 도로공학적 측면에서 졸음쉼터 등을 만드는 것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졸음운전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졸음도 병이다!‘란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수면 질환을 사전에 진단, 치료하고 이 과정에서 국가가 의료보험 등의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다각도의 취재를 통해 알아봤다.

▲ 도로 위의 히든 킬러 - 졸음운전

최근 잇따른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밝혀져 다양한 규제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의 치사율은 18.5%로,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보다 2.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졸음운전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이유는 다른 교통사고와 달리 운전자가 위험 상황을 인지할 수 없어 속도를 줄이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회피 반응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의 안전지도 하에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이 깜빡 조는 시간을 4초로 가정해 시속 100km의 속도로 4초간 눈을 감은 채 졸음운전을 실험한 결과, 무려 110m의 거리를 전진했다.

▲ 수면 장애가 졸음운전을 부른다.

운전자들이 졸음운전을 경험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아찔한 경험을 했다는 강생권(64) 씨.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평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매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들어 12시간 이상 잠을 자는 데도 낮이면 몰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해본 결과, 그에게선 심한 코골이와 함께 시간당 100회에 가까운 수면무호흡증이 발견됐다. 뇌의 잦은 각성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던 것이다.

임길택(68) 씨 역시 수시로 쏟아지는 심각한 낮 졸림 증상으로 고생해 왔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까지 동반된 그의 병명은 바로 기면병.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기면병 등의 수면장애를 가지고 있을 경우 졸음운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최대 8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졸음을 단순 피로로 생각하지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현실. 졸음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사전진단과 치료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이다.

▲ 시민의 발, 버스 기사 수면실태 조사

하루 종일 많은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는 버스 운전기사들은 졸음운전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팀과 함께 올해 3월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를 찾아 기사들의 수면 실태를 알아보았다. 총 304명의 기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스로 수면의 질이 불량하다고 느끼는 버스 기사가 68.4%로 나타났고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40%에 달했다.


특히 졸음운전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수면무호흡증 고위험 군이 27.6%, 실제로 낮 졸림을 자주 느끼는 위험 군 역시 13.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의 특성상 수면시간이 불규칙할 뿐만 아니라 부족하고, 운동할 시간도 부족한 버스 기사들은 평균 체중도 비만에 가까웠다. 연구에 따르면 체중이 증가할수록 수면무호흡증이 발병할 확률도 6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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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천만 화물차 졸음운전

장거리·야간 운행이 잦은 화물차 기사들 역시 졸음운전의 위험이 크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양광익 교수팀이 삼성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화물차 기사들의 수면 문제는 심각했다. 110명의 조사대상 중 무려 90% 이상이 수면무호흡증을 가지고 있었고, 지난 한 달간 졸음운전을 경험한 사람도 절반이 넘었다. 이러한 졸음운전은 사고로 이어져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졸음운전 사고를 낸 사람도 10%가 넘었다. 화물차는 차체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졸음운전 사고가 날 경우 더 치명적이다. 일반 승용차 사고에 비해 치사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버스나 화물차 기사들의 수면 문제는 우리나라 어느 회사나 대동소이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 일본, 수면 장애 사전 진단과 치료로 졸음운전을 막는다!

지난 2003년 일본에서 발생한 신칸센 졸음운전 사고. 시속 270km로 달리던 고속열차의 기관사가 8분간 졸음운전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에선 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수면무호흡증 검진 위탁법인> 역시 이 신칸센 사고를 계기로 지난 2004년 만들어졌다.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트럭, 버스, 택시 협회 등 운수 관련 단체와 정부가 공동으로 기금을 분담해 설립했다. 일본의 기사들은 최소 3년마다 집에서 간단하게 수면무호흡증 검사가 가능한 간이 수면 검사 기계를 통해 무료 수면검사를 받고, 이 검사를 통해 수면장애가 발견될 경우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 큰 부담 없이 정밀 수면다원 검사와 양압기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선 2003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졸음운전을 막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 졸음운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었던 버스 기사와 화물차 기사를 정밀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수면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함께했다. 이들은 숨 돌릴 틈 없는 근무 여건 하에서 졸음도 치료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받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라는 현실도 절감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졸음운전에 대한 국가적 대응 시스템이 아직 초보적 단계인 도로공학적 측면에서 속도 저감이나 경보, 졸음쉼터 확대 등에 머물러 왔다. 이제 겨우 운전자가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연속 운전 시간제한, 버스 준공영제의 확대 등의 제도적 환경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졸음운전 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이제는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졸음운전을 유발하는 운전자의 수면 건강을 돌아보고 치료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계적으로 최소한 공공 영역 즉 버스, 지하철, 기차 등의 공공 운수종사자들부터 수면 실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고 그들의 수면 문제를 사전 치료해야만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졸음운전 사고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화물차, 택시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한 아직까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정밀 수면 검사나 치료를 위해서는 개인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졸음운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번 국가 의료보험 확대에 수면다원검사나 양압기 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확대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신칸센 사고를 계기로 국가가 졸음운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졸음운전을 줄이는 계기가 되었듯이 우리도 이번 경부고속도로 사고를 계기로 졸음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이것이 진정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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