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살충제 계란사태' 재발 막으려면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사태 본질은 '살충제 오남용'

진드기 퇴치 시설 기준 마련

식약처가 안전관리 총괄해야

하상도 중앙대  교수




살충제 오염 계란이 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에 이어 아시아 지역인 홍콩과 우리나라에서까지 발견되며 공포가 확산돼 계란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엄격하게 식품안전을 관리하는 EU 국가에서조차 영국발 광우병 파동을 기점으로 채소 병원성대장균 사건, 벨기에산 돼지고기 다이옥신 검출사건, 말고기 스캔들 등 식품파동이 끝없이 이어져 충격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지난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국내 유통 계란에서는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적이 없고 올 상반기 스페인산 계란 100만개가 수입됐지만 역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 8월14일 농림수산식품부가 국내산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미허용 ‘피프로닐’과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비펜트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온 나라에 난리가 난 것이다.

결국 이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사료나 가축에 대한 생산자들의 살충제·항생제 오남용과 안전성 문제가 곪아 터졌다. 예견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좁은 양계장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분변 때문에 여름철에는 진드기와 벼룩이 창궐해 이를 퇴치하려면 조치가 필요하다.

EU도 품질관리가 엄격한 수출용 계란에 살충제를 사용했는데 영세하고 생산량도 적은 국내 농가에서 이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간 우리 양계농가에서 살충제 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정부가 사실상 방치해온 것이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도 살충제 계란 문제가 제기된 바 있었으나 농식품부는 모든 농장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 냈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도 올 4월 살충제 계란의 위험성을 예고하고 닭 진드기 감염 예방을 위해 61% 이상의 양계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서울대 실태조사 결과를 식약처에 전달한 바 있었으나 역시 원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운 것이다.


게다가 이렇듯 광범위하게 산란장 달걀에 살충제가 사용돼왔음에도 그동안 유통 중인 계란만 대상으로 살충제 검사를 하다 보니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살충제를 소량 사용했거나 일정한 휴약기간(미사용)을 거치면 대사 또는 휘발돼 잔류성분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태로 대형유통마트 3사와 편의점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고 학교급식 식단과 군 장병 식탁에 당분간 계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정부가 가급적 빨리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해 소비자들의 과도한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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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정부는 농축어업인들을 영세하다고 보호만 할 게 아니라 제조가공 업체들처럼 생산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만 진정한 ‘팜 투 포크(Farm to Folk)’ 전(全) 단계 식품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상황에 대한 중복발표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줘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비치자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대응창구를 국무총리로 일원화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사실 현재의 식품안전 관리는 총리실 산하 식약처로 일원화돼 있다. 그러나 농장 등 생산 부문의 안전관리가 농식품부에 위탁돼 있다 보니 농장에서 문제가 발생해 두 부처가 동시에 움직이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제2의 말라카이트 그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말라카이트 그린은 2000년대 초반 송어와 향어 양식업자들이 기생충과 물곰팡이 제거에 사용한 발암성 소독약으로 식약처에서는 식품 중 사용을 금했는데 당시 해양수산부가 양식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을 묵인했다는 비판이 일었던 사건이다. 이에 2013년 총리실 산하에 식약처를 설치해 식품안전행정을 일원화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안전대책으로 정부는 농장 출하 금지, 문제 계란 회수 폐기, 전수조사, 학교급식과 군 급식 제외 등 초강수를 뒀는데 소비자들은 계란을 먹으면 안 되는 독(毒)처럼 공포감을 느끼고 있어 지나친 감이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불법적 살충제 오남용’이지 ‘위해성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진드기를 퇴치할 수 있는 사육시설 기준을 만들어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효과가 좋은 살충제를 추가로 허용해야 한다. 또 위탁된 농장 등 생산단계 안전관리를 견제 기능을 하는 총리실 산하 식약처에서 직접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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