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후보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총 6명의 임추위원 가운데 과반수인 3명 이상으로부터 표를 받아야 한다. 임추위는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윤인태 법무법인 해인 대표변호사, 이봉철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부사장 등 6명이다. 부산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임추위원 별로 의견이 이견이 커서 한 후보로 모아지지 않았다”면서 “재논의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BNK금융의 이날 임추위가 파행으로 끝난 것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3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 문재인 캠프 출신의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BNK금융은 이장호 전 회장과 성세환 전 회장이 연이어 불명예 퇴진을 했는데, 이번에 낙하산 논란이 있는 인사를 회장으로 임명한다면 BNK회장이 금융에 대한 이해보다는 정치권의 의중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 자리라는 것을 증명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김 전 부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로 2012년 문재인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에는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며 경제자문을 담당하는 고문 역할을 담당했다. BNK금융지주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직을 외부에도 오픈한 데 이어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김 전 회장이 최종 후보 3인에 들면서, 노조 등에서는 김 전 부회장이 최종후보에 들어온 것부터가 예정된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김 전 부회장의 이력 역시 참여정부 시절 부국증권 대표와 현대증권 대표, 하나대투증권 대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차례로 지내며 증권 쪽에선 정평이 난 인물이지만 부산은행이 주력계열사인 BNK금융 입장에선 은행업에 대한 경험이 없어 낙하산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나이도 논란거리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경우 회장 후보의 나이를 70세로 제한해놓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72세인 김 전 회장은 상대적으로 ‘고령’에 속해서다.
특히 BNK금융 내에 부산·경남은행파 등 계파 논란이 있는데다 두 회장의 퇴진 과정에서 내부 혼란이 가중된 상태여서 김 전 부회장이 조직을 다잡지 못할 경우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내부에서 외부 낙하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김 전 부회장이 조직을 추스르지 못했을 때 부작용을 감안한 처사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을 두둔하는 측에선 노 전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논란이 부각됐을 뿐 그의 화려한 금융경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BNK금융이 이장호, 성세환 등 두 내부 출신 최고경영인(CEO)을 겪는 동안 이들은 각각 엘시티 비리와 주가조작 등에 연루되는 등 리더십에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에 기회를 주는 것이 BNK를 위한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김 전 부회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상고를 나왔을 뿐 (나는) 정치 쪽과 거리가 멀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금융경력이 전무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전 부회장을 두둔하는 임추위 멤버들은 2009년부터 하나금융에서 전문경영인으로 스카웃돼 6~7년간 근무했고 정치권과 관련이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2009년에 하나금융에 갈 수 있었겠느냐는 반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이기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전 부회장을 아는 지인들은 “불암산·수락산·도봉산·북한산까지 종주하는 ‘불수도북’을 할 만큼 체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보리·조권형 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