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현재 친환경 산란계 농가의 ‘살충제 계란’ 검사를 담당하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경우 시료검사 인력 85명이 3일째 밤을 새우며 검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 인력만으로 전국 780개 친환경 산란계 농가를 커버해야 한다. 정부가 전수조사를 한다지만 농장 내에서는 샘플링을 할 수밖에 없어 결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을 자초하는 이유기도 하다. 현장 시료 채취 인력의 부담은 더 크다. 농관원에는 시·군 단위로 109개의 지역 사무소가 있는데 보통 1명 정도의 인력이 현지 농가를 방문해 시료를 수거, 수거한 물량을 인편으로 농관원 분석실로 넘기는 역할을 한다. 하루 종일 해도 농가 3~4곳 이상을 방문하는 데 그친다고 한다. 평소에 제대로 된 검사 시스템이 작동하기 힘든 셈이다. 농관원의 한 관계자는 “지역 사무소에서 1명의 인력이 시료 채취부터 교육, 행정 조치까지 다 하다 보니 평상시 예방을 위한 전수조사는 엄두도 낼 수 없다”고 전했다.
조사 관련 예산과 마찬가지로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미래에 투자하는 연구개발(R&D)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올해 예산 내역을 보면 올해 식약처의 식품 등 안전관리 R&D 예산은 280억8,300만원에 불과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축산 분야의 안전관리 R&D 예산은 수산물과 합쳐도 57억6,200만원밖에 안 된다. 전체 식약처의 R&D 예산을 따져봐도 844억원 수준인데 이는 국가 전체 R&D 예산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 3조3,000억원, 방위청 2조8,000억원, 교육부 1조7,000억원 등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가 식품안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한 해 R&D 예산이 410억달러(46조6,129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다.
전문가들은 후진적인 살충제 검출 기술력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품안전분야의 한 전문가는 “농약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농약이 최대한 검출되지 않게 신기술을 만들어내는데 식약처의 예산이 부족, 당국은 그것을 검출하는 신기술을 제때 개발하지 못해 이번 같은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서민준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