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장 청사진 안보인 文대통령의 100일 회견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추가 증세 필요성에 대해 국민 공론이 모이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가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 성장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추진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다. 문 대통령은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불평등 해소를 위한 소득재분배와 복지확대에 따른 재원 소요를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서는 일자리 확대와 정부의 직접적인 복지지출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온 건강보험 보장 확대(문재인 케어)와 노령연금 인상, 공공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이 “무슨 산타클로스 같은 정책만 내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하나하나 재원대책을 검토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고소득자 증세 등도 “정부의 재원조달 방안에 딱 맞춰 신중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재원 마련은 증세를 통한 세수 확대나 세출 구조조정 등 다른 분야의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할 수 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했듯이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세수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이 지점이다. 결국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가능해지면 성장 잠재력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새로운 성장 청사진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오히려 8·2부동산대책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경우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여기다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등 부동산 복지 정책까지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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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일자리·주거· 안전· 의료 등 기초 국민생활 분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 높이고 속도감 있게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제적으로는 조(兆) 단위의 나랏돈이 들어가는 복지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경제에서 경제는 일단 민간이 주도적으로 꾸려가야 한다. 정부는 시장의 실패가 있을 때만 개입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른바 ‘J노믹스’의 시대적·정치적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성장 청사진이 없는 계획 또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청와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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