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친환경 인증을 받았음에도 금지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하루 새 6곳에서 32곳으로 5배 늘었다. 새로운 살충제 성분인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도 추가로 검출됐다. 하지만 정부는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살충제 성분 농약을 사용했지만 기준치 미만으로 검출된 농장 35곳의 계란을 두고 “친환경 인증을 떼면 일반 계란으로 팔 수 있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급기야 주무부처 장관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컨트롤타워’ 구축을 지시했음에도 정부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5시 기준 전체 산란계 농가 1,239개 중 876개 농가의 검사를 완료해 모두 32개의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농식품부는 살충제 계란 농가를 29개로 집계했다가 전일 추가로 발견된 충남 천안 ‘시온’ 농장과 전남 나주 ‘정화’ 농장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고 황급히 이를 정정했다.
발표한 명단도 엉터리였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29곳 중 10곳의 명단이 실제 위반 농장과는 다른 농장이었던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미 친환경 인증 기준 위반에 따른 법적 조치로 이들 명단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상황이었다. 애꿎은 10개 농가가 살충제 계란 농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셈이다. 농림부도 해당 사실이 확인되자 부랴부랴 명단을 수정 발표했다.
닭에는 사용 금지된 성분 2개도 추가로 검출됐다. 이날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 산란계 농장에서는 에톡사졸 0.01ppm이 검출됐다. 강원도 철원과 충남 아산의 농장에서도 플루페녹수론 성분이 검출됐다. 이들 두 살충제는 모두 축산업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사용 금지 성분이 허용기준치 이하인 농가 35곳의 계란을 친환경 인증을 떼면 일반 계란으로 유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그 포비아(Egg Phobia)’가 일파만파 퍼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살충제 계란 유통을 방조한 꼴이 됐다. 농식품부는 이들 농가의 계란 유통을 금지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일반 허용기준 이내로 검출돼 친환경 기준만 위배한 35개 농가는 친환경 인증표시 제거 등을 통해 일반 제품으로 유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또 소비자가 당장 살충제 계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인 ‘난각’ 정보도 법상 10일 이후에나 공개할 수 있다는 발표를 내놓아 논란을 자초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32개 농가에 대해서는 당장 공표가 가능하지만 허용치 이하인 35개 농가의 정보는 청문 절차를 거쳐 10일 후에나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수조사에 대한 신뢰도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경기도는 도내 한 동물약품 판매상이 중국으로부터 ‘피프로닐’을 수입해 4개 농가에 판매했지만 전수조사 과정에서 2개 농가만 검출되고 나머지 2개 농가에서는 미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친환경 산란계 농가에 살충제를 적극 보급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비펜프린이 기준치의 21배나 초과 검출된 전남 나주의 농가는 나주시가 공급한 ‘와구 프리 블루’라는 살충제를 사용했다. 결국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국회 현안보고에서 대국민사과까지 했다. /세종=김상훈기자 수원=윤종열기자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