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은 ‘대본’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기자들의 돌발질문에도 소신껏 답하겠다는 소통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의 웃음과 고뇌하는 표정 등 인간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대본이 없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어느 정권에서도 쉽게 시도하지 못한 ‘콘셉트’이다. 8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받는 문 대통령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문 대통령이 ‘대선 재수’를 통해 국내 대다수 이슈를 꿰뚫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청와대 참모진의 자신감이기도 했다.
17일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은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기자들과 청와대 참모진으로 가득 찼다. 영빈관에서는 ‘걱정 말아요 그대’ 등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 등이 흘러나왔다. 취임 100일 행사를 준비한 탁현민 행정관을 비롯해 국민소통수석실 직원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11시가 되자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의 표정은 웃음기 없이 경직돼 있었다. 그럼에도 취임 100일간 성과를 말하는 문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5분간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았다. 의자 앞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이 질문을 메모할 수 있는 수첩이 있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손을 든 기자를 호명하면 해당 기자가 질문하는 방식으로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기자들도 대본 없는 기자회견답게 다수가 손을 들었다. 첫 질문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문 대통령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질문이 이어질수록 문 대통령의 표정은 점차 편안해졌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농담에 웃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크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북한과 미국 간 신경전은 높아지는데 한국 정부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질문에서다. 한숨을 쉰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특히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우려를 묻는 질문에는 에둘러 언론을 다그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미국과의 FTA 재협상으로 큰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문 대통령 뒤에 자리한 청와대 수석들도 대통령의 발언에 집중하며 경청했다. 박수현 대변인과 고민정 부대변인 등은 기자들과 나란히 앉아 문 대통령의 답변을 지켜봤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다수의 기자가 질문을 요청하다 보니 질의응답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마지막 질문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줄에 앉아 있던 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