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농약안전보관함 설치후... 노인 음독자살 뚝

■생보사회공헌재단 사업 성과

7년간 전국에 1만8,774개 보급

음독자살 비중 4년새 7.1%로↓

WHO, 모범사례로 소개하기도

충남 서천군의 한 주민이 자신의 집에 설치된 농약안전보관함에서 농약을 꺼내고 있다.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충남 서천군의 한 주민이 자신의 집에 설치된 농약안전보관함에서 농약을 꺼내고 있다.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 노란 박스(농약안전보관함)가 있었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강원도 양양군 서면 공수전리 이모(69) 할아버지는 몇 해 전 설치된 농약안전보관함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예전에는 농약을 음료수인 줄 알고 마시고 어이없이 횡사하는 노인들도 있었다”며 “노란 박스가 설치되기 전에는 농약병들이 집안 구석구석 뒹굴다 보니 곳곳에서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17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농약안전보관함 사업이 노인 음독자살 예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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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지난 7년간 농약을 따로 모아 자물쇠를 채운 농약안전보관함 1만8,774개를 전국 9개 광역시, 88개 시·군에 보급했다. 농약 사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손쉬운 접근을 막아 자살이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효과는 탁월했다. 농약을 마시고 사망한 사람이 2011년 2,580명(전체 자살자의 16.25%)에서 2015년 959명(7.1%)으로 크게 줄었다. 재단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농어촌 등에 경각심을 높인 셈이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2015년 주민 자살자 20명 가운데 4명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23개 마을에 1,049개의 농약안전보관함을 설치한 후에는 농약 음독자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농약안전보관함 사업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17 세계보건통계’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재단이 농약안전보관함 사업에 나선 이유는 국내 노인의 상당수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기 때문이었다. 실제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6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70대 자살자의 18.8%, 80대 자살자의 24.6%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농약 음독자살의 비중이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농약에 접근하기 쉬운 농촌 지역에서 농약 음독자살이 많이 발생했다.

이종서 생명보험재단 이사장은 “WHO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70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16.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며 “농약안전보관함 보급에만 그치지 않고 마을 전체에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고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병행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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