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로컬 지향의 시대]일은 인터넷·여가는 자연서...워라밸 시대, 시골의 부활

■마쓰나가 게이코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유연한 노동방식 찾는 젊은층 겨냥

고택 등 사무 공간으로 제공해

IT기업 유치한 日 가미야마 마을 소개

폐교 활용 '제조 장인대학' 설립

쇠락한 지역산업 살린 고베 사례로

저성장시대 시골 생존 방향 제시

양복 산업이 발달했던 고베는 쇠락한 산업을 ‘고베 제조 장인대학’을 통해 부흥시켰다./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양복 산업이 발달했던 고베는 쇠락한 산업을 ‘고베 제조 장인대학’을 통해 부흥시켰다./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캐나다의 문화평론가 데이비드 색스는 최근 일어나는 LP(Long Play Record), 연필 등의 아날로그 열풍에 대해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아이팟과 페이스북을 이용하자, 아이들 역시 뭔가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다”며 “부모가 사용하는 것은 쿨하지 않기 때문”라고 평했다. 닷컴 열풍이 일어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세대가 바뀌며 첨단이 구시대의 유물로, 유물이 유행의 선두주자로 나서는 이른바 ‘반문화(Counter Culture)’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화, 젊음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정보와 사람이 교차’하는 도시의 특장점은 인터넷의 발달로 무의미해졌다. 오히려 도시 고유의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문화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오사카 시립대학 창조도시연구과 교수인 저자는 지역의 공동체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는다. 각자의 개성에 맞춘 조그마한 마을들이 새 터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6,000여명의 가미야마 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도쿠시마현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IT벤처, 영상업체 등 12개의 회사가 모여있다.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산길을 달려 출근한 후 서버를 관리하고, 대용량 영상 데이터 편집을 하다가 작업실 옆에서 장작을 팬다. 폐쇄된 건물에서 일하는 도시의 삶과 180도 다른 방식이다. 일은 인터넷 세상에서 하면서 발은 자연을, 흙을 딛고 있는 셈이다.


보통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을 유치할 때는 보조금과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기업에만 의존한 지방 활성화 정책은 현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며 더욱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공장이 해외로 이탈하고, 기술 발전으로 산업 수명이 짧아지며 산업 집적지가 해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미야마 마을은 이주한 회사들에게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혜택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택을 소개해주고, 공용 개방공간을 조성하는 등 환경을 만들고 제공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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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젊은이가 시골로 향하는 이유를 ‘사업 지향’과 ‘지역 지향’ 두 가지로 분류했다. ‘사업 지향’은 가미야마의 사례와 같이 도시건 지방이건 일하는 장소가 중요하지 않은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유연한 노동방식을 찾아 이주하는 사례다. 반면 ‘지역 지향’은 지역의 과제를 자신의 특기 분야와 접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고베시가 대표적이다.

고베는 19세기 중반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며 양복, 구두, 가구산업이 발달했다. 하지만 대량 생산시대가 도래하며 산업의 위기를 맞게 된다. 고베는 폐교를 활용해 ‘고베 제조 장인대학’을 설립, 젊은 장인들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육성한 젊은 장인들은 과거 대량 생산시대의 소비상품을 넘어, 하나의 예술품으로서 상품을 만들어낸다. 지난날의 도제제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조의 기예를 키워나가는 셈이다.

이 같은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에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 포함됐기에 더욱 그렇다. 30년 안에 소멸할 우리나라의 시·군이 84개인 지금 상황에서 이 책은 시골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 중 하나를 제시해 주고 있다. 1만4,000원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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