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있는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들러 모네의 대표작 ‘수련’을 감상하면서 영화같은 스펙타클한 효과를 기대한다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그림일까요 관람자의 태도일까요?”
17일 배재고등학교 인문학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박준용(사진) 연극평론가의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강좌 ‘영화가 죽어도 못 따라오는 연극의 매력’ 첫 시간에 동영상을 포함한 영화매체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미술과 영화 각기 매체가 다른데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연극은 영화와 자주 비교되고 있다는 게 그의 잇따른 설명이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5회째다. 이날 강의는 강동도서관이 지역학교를 위해 마련한 인문학 특강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영화매체 조차도 스마트폰 등으로 본다면 감독 등 제작자들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연극과 영화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설명해 나갔다. “연극을 자주 보기 어려운 이유는 가격저항, 거리, 흥미와 홍보 부족 등이다. 하지만 모두 영화를 놓고 비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체의 성격이 서로 다른데 같은 잣대로 비교한다는 것은 그림감상과 영화감상을 비교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다. 각자의 매체 특징을 먼저 알아야 한다.” 대중매체가 되려면 대량생산, 대량 유통, 대량 소비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영화가 대중매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연극은 대중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설득해 나갔다. 일방적인 강연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그의 강의에 학생들은 졸음을 던져버리고 강의에 몰입했다. 박 평론가는 “영화, TV, 스마트폰 등 영상매체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에게 살아있는 연극 예술만의 매력을 전해줄 것”이라면서 “이번 강의에 참가한 학생들은 현대 영화의 뿌리가 연극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성인이 되어 대안적 취미로 연극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의를 개설한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를 오는 12월까지 개설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