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혁신 성장전략·규제 완화 빠져 아쉬워..회견 방식은 참신"

■ 서경 펠로·전문가들이 본 文대통령 회견

경제정책 구체적 근거 부족·추상적

부동산대책 '아웃라인' 공개했어야

메가톤급 대북메시지 없어 옥에 티

'전쟁 불가' 등 불안 해소는 긍정적

트리밍 1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은 아무런 사전 조율이나 대본이 없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다.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 참신했다는 평가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렇다면 ‘열린 소통’을 지향하는 문 대통령의 첫 공식 기자회견은 그 형식만큼이나 내용도 만족스러웠을까. 서울경제신문의 매머드급 자문단인 ‘서경 펠로’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기자회견의 열린 소통 방식에는 합격점을 주면서도 문 대통령이 복지재원 조달 방안 등 경제 분야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레드라인(금지선)’을 직접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채수찬 전 의원(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은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복지정책을 위한 재원이 충분하다고 밝혔는데 어느 수준까지 추진하는 게 충분하다는 건지 명확하지가 않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이 부족한 게 사실인데 구체적인 조달 방안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상일 전 의원도 “복지확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에 비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새 정부 중점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서비스 산업 규제완화 등 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어내는 정책도 중요한데 기자회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더 강력한 대책이 주머니 속에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아웃라인’이라도 밝혀주는 게 정책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문제의 근본을 다스리기보다는 현상에 대한 해결책 위주의 ‘대증요법’과도 같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개혁과 기술혁신에 대한 그림을 함께 내놨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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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펠로들은 경제정책의 구체성이 미흡한 것과는 반대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지 못해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세히 언급한 ‘레드라인’은 사실 외교적으로도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라며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치를 갖고 접근해야 할 경제 분야에서는 추상적으로 얘기하고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얘기해야 할 외교·안보 분야에서 너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도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은 역설적으로 그 선을 넘기 전까지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모호성이 필요한 안보전략을 다 공개하면 적(북한)이 우리의 의도를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재차 강조한 것은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누구도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은 점은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고 한반도 위기 상황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대북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점은 옥에 티로 지적됐다. 김용철 교수는 “문 대통령이 ‘운전자론’에 버금가는 메가톤급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며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진짜 ‘코리아 패싱’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본 없는 기자회견의 방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채 전 의원은 “시나리오 없이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 응답하는 기자회견다운 기자회견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간 관계상 후속 질문을 받지 않아 국민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현상·나윤석·박효정·하정연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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