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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단장 "한국선 유전질환 치료 배아 연구 불가능...생명윤리법 고쳐야"

[이 사람]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美·英·日 등선 폭넓게 허용…이러다간 글로벌 경쟁서 뒤처져"

“우리나라는 유전 질환을 가진 부모의 난자·정자나 수정란을 포함한 배아로 질환 치료법을 연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혈우병, 노인성 황반변성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체내 유전자치료를 법률로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단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불합리한 생명윤리법 규제가 유전자가위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유전 질환, 난치성 질환 치료 연구와 제품화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은 대학·병원 등 연구자가 속한 기관 심사위원회(IRB) 승인만 받으면 사람의 난자·정자가 수정돼 만들어지는 배아에 유전자가위 기술 등을 이용해 희귀난치병의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다. 영국·스웨덴·일본 연구자들도 정부의 승인을 받기는 하지만 배아를 이용해 불임 관련 유전자 기능 연구 등을 폭넓게 수행하고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


반면 우리나라는 이 같은 연구를 수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명윤리법 제47조는 배아·난자·정자 및 태아에 유전자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유전 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그나마도 냉동 보관한 지 5년이 지나 쓸모없게 된 잔여 배아만 일부 질환 연구에 쓸 수 있을 뿐이다.


김 단장이 최근 국제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를 미국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팀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규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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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단장은 “엄청난 고통과 치료비용을 동반하는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들은 질환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배아 단계에서 유전 질환을 교정 치료하는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전자가위로 1만여 유전 질환 중 70~80%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지대상이 아니면 연구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 유전 질환이 있는 부모들도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우월한 유전자를 넣어주는 ‘맞춤형 아기’ 연구까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고장 난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바꿔주는 연구와 맞춤형 아기 연구는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비(非)유전 질환 치료 연구를 가로막고 있는 생명윤리법 개정도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생명윤리법 제47조 제1항에 따르면 유전자치료 연구는 △유전 질환·암·에이즈, 그 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이고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보다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실명을 유발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이미 항체치료제가 있어 임상시험 전망이 불투명한 이유다.

유전자가위로 옥수수·콩 등의 특정 유전자 부위를 잘라 종자를 개량한 경우 우리 정부가 유전자변형작물(GMO)로 규제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이스라엘·스웨덴 정부는 일반 육종과 다를 게 없어 GMO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임웅재 선임기자 jaelim@sedaily.com

임웅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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