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군 정찰위성 도입(425사업)을 위한 체계 개발 방안 심의가 다음주로 연기된 것. 방추위에서 상정된 안건이 난상토론으로 연기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더 이상의 사업 지연이나 실패 시 ‘책임’ 부분을 강조해 귀추가 주목된다.
425사업은 총사업비 1조원을 들여 한반도 주변을 면밀히 감시할 수 있는 군 정찰위성 5기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당초 지난 2015년 말 시제업체를 선정, 60개월 이내에 첫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사업 주관, 요구 성능을 둘러싼 정부부처 간 이견으로 지금까지 순연돼왔다.
송 장관은 심의에서 “이토록 중차대한 사안이 지연됐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토론에 불을 댕겼고 토론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토론 과정에서 개발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송 장관은 국방과학연구소(ADD) 개발책임자의 설명을 들은 뒤 ‘정년이 언제냐’고 묻고 ‘3년여 남았다’는 대답을 듣자 바로 방위사업청장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 도중에 정년으로 떠나버리는 풍토에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 성공할 때까지 책임질 수 있는 인력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방추위원들은 일부 반론을 제기했으나 송 장관의 기세에 밀렸다. 송 장관은 ‘업체 선정 후 최소 개발기간 60개월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는 “같은 60개월이라도 하루를 8시간으로 쓰느냐, 12시간으로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필요하면 인력을 늘려서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2006년 3월부터 시작돼 매월 한 차례씩 열리는 방추위가 103회를 이어오는 동안 위원장인 국방부 장관이 강도 높게 ‘책임성’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추위의 역할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장관은 야인 시절부터 “방추위를 비롯한 국방 관련 회의가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면 존재할 필요조차 없다”는 소신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은 이날 방추위에서 “사명감을 갖고 무기 개발과 도입에 임하되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성과와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제103회 방추위의 한 참석자는 “회의 내내 가슴을 졸였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송 장관의 방산 부문 개혁 드라이브가 본격적으로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