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암경찰서 월곡지구대로 배치된 김경래(24) 순경은 14일 오후11시께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남편과 식사 도중 말다툼하다 위협을 느낀 부인이 112에 신고를 한 것이다. 다행히 폭력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한사코 집에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집에 가면 부인과 또 싸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난감한 김 순경은 결국 남편을 지구대로 데려갔다. “잠시 커피 한잔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라”며 직접 커피를 타 건네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김 순경은 대화 끝에 부부상담 전문기관을 안내해줄 수 있으니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김 순경은 “신참 경찰이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은 새내기가 아닌 ‘경찰’ 자체로 보기 때문에 서툴지 않도록 매일 배우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혜화경찰서 대학로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유서연(26) 순경은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음주 사건을 처리한다. 근무지에 공연장과 음식점·술집이 많은 탓이다. 11일에는 만취 상태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시민을 만났다. 유 순경은 계속 말을 걸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귀가를 도울 수 있어서다.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순찰차에 태워 안전하게 귀가시켰다. 유 순경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경찰은 모든 것을 도와주는 수호천사라는 말을 자주 들어 자연스럽게 경찰의 꿈을 키워왔다”며 “이제 진짜 경찰이 됐으니 시민들의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금천경찰서 문성지구대에서 근무하는 두철(25) 순경은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마주해 땀을 뻘뻘 흘렸다. 술에 취한 멕시코 여성 유학생이 “숨쉬기가 힘들다”며 지구대를 찾은 것. 신원조회도 할 수 없었고 여성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일단 손에 피가 안 통하는 것으로 보여 무작정 손과 발을 주물렀다. 다행히 여성은 상태가 호전됐다. 두 순경은 “말도 안 통하는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전했다.
열정만큼은 베테랑이지만 초보인 만큼 실수도 많다. 가장 잦은 실수는 빨리 출동하려는 마음에 다른 순찰차 열쇠를 갖고 나가는 경우다. 그나마 순조롭게 출동했어도 현장 도착이 늦어지는 때도 많다. 관내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사건 발생 지역을 빨리 찾지 못하고 헤매는 탓이다.
가끔 선배들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지구대에서 발생한 사건은 서류를 작성해 소속 경찰서에 원본을 보내고 사본을 남겨둬야 하는데 일이 미숙하다 보니 사본을 경찰서에 보내고 원본을 남겨두는 사례도 있다. 이럴 때는 선배들에게 호된 꾸지람을 각오해야 한다. 한 새내기 순경은 “평소에 형님 같던 선배들이 사건이 발생하면 눈빛부터 확 바뀐다”며 “허둥대다가 선배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 눈물이 나도록 혼이 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좌충우돌하는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 경찰은 “신참답게 일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조언한다. 한 지구대의 5년 차 순경은 “신참 순경은 민원인 앞에서 초보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는 척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하면 오히려 일이 더 커진다”며 “베테랑들은 오히려 자신이 모르는 것은 ‘잘 모르겠으니 확인해 알려주겠다’고 대응한다”고 전했다. 어설픈 대처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정확한 대응이 훨씬 낫다는 조언이다. /김정욱·박진용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