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살충제 계란' 사태 뒤엔 ‘농피아’와 농관원 유착 있었다

살충제 계란 사태 뒤엔 ‘농피아’와 농관원 유착 있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살충제 계란’ 상당수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민간업체로부터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뒤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농피아’(농축산 분야 공무원+마피아)와 농관원 간 ‘검은 유착’이 살충제 계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5곳이 농관원 출신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가 아닌 임직원으로 취업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도 농관원 출신이 운영하는 2개 업체가 인증한 친환경 농장 6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친환경 농장 31곳 중 20%가량이 이들 ‘농피아’ 출신이 운영하는 업체가 인증서를 내준 셈이다.

농관원은 농식품부 산하 기관으로 농식품부 국장급이 농관원 원장으로 가거나 6급 이하 공무원들이 인사 교류를 사는 사례도 잦다.

한 양계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친환경 인증 업무를 100% 민간업체로 이양한 배경에는 농피아들 간 ‘제식구 챙기기’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도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농관원을 퇴직한 전직 직원 중 일부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정부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개 농장 중 친환경 농장이 60%가 넘는 31개나 된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일부러 안전을 위해 친환경 인증 마크가 찍힌 계란을 사 먹은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부 안 모(35·경기 고양시) 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살충제가 검출됐다니 너무 어이가 없다”며 “앞으로는 계란에 친환경 마크가 있다고 한들 누가 믿고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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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처음 도입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도입 당시에는 농관원이 업무를 전담했으나 2002년부터 민간업체가 참여하기 시작해 올해 6월부터는 민간업체가 모든 인증 업무를 넘겨받았다.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에 대한 사후관리만 한다.

민간업체들은 인증을 신청한 농가에 대해 서류 및 현장심사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친환경 인증서를 내준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직불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상품에 친환경 마크가 붙으면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가격을 2배 가까이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업체 입장에서는 매력이다.

하지만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통해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부실인증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대규모 부실인증 사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민간 인증 대행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셀프인증’을 하거나 인증 취소 후 재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기간이 지나지 않은 농가에 인증서를 교부한 사례 등이 적발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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