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예능톡] ‘밤도깨비’ 5人의 근본 없는 케미…“1% 시청률? 문제없어”

여전히 근본은 없다. 시청률도 높지 않다. 제작진은 무엇을 1등으로 하라는 것 외에는 크게 관여하지도 않는다. 긴 밤을 채우는 것은 오로지 출연진의 몫. 밤을 지새우며 친해진 멤버들의 케미와 정신을 놓으며 나오는 ‘아무 말 대잔치’가 ‘밤도깨비’의 필살기다.

JTBC 예능프로그램 ‘밤도깨비’는 매주 핫한 장소와 상품, 먹거리를 1등으로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밤도깨비들의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지난 20일 방송에서는 북한산 워터파크에서 1등으로 미끄럼틀 타기에 도전했다. 2회부터 합류한 FT아일랜드 이홍기, 뉴이스트 종현을 포함해 정형돈, 이수근, 박성광이 합을 이루고 있다.




/사진=JTBC ‘밤도깨비’/사진=JTBC ‘밤도깨비’


‘밤도깨비’를 단단하게 받치는 것은 단연 이수근과 정형돈이다. 이수근과 정형돈은 앞서 ‘1박 2일’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리얼 버라이어티에 완벽 적응했다. 어떤 룰에 따라 움직여야 재미있을지 알고 자체적으로 규칙까지 만들 수 있는 ‘꾼’들이다. 사실상 1등 미션을 주고 나서는 별다른 역할이 없는 제작진 대신 ‘열일’하고 있다.

이들 중 정형돈은 도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20일 방송에서도 “100여 명이 티켓팅을 위해 줄 서 있다. 방갈로 때문이다. 워터파크 중 유일하게 취식이 가능하다”며 북한산 워터파크가 핫플레이스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의 밤샘에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다.

“우리 메인MC는 PD”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미션을 더욱 재미있게 구체화하는 것도 정형돈의 몫이었다. 그는 1등으로 미끄럼틀을 타라는 말에서 “아이들을 제치고?”라며 조건을 부여했고 “6명이 일렬로 내려와야 성공”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만들어냈다.

정형돈이 제작진과 출연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수근은 출연진들을 이끈다. 자정이 넘은 시각, 방갈로 예약을 위해 매표소에 가보자고 모두를 움직이는 것은 이수근의 몫이다. 최근 ‘아는 형님’에서 매주 게스트를 챙기던 버릇 때문인지 박성광, 이홍기, 종현 등 동생들의 특징을 잡아내서 애드리브로 살려내기도 한다. 세심한 관찰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밤도깨비의 경쟁 상대가 불특정 다수인만큼 방송 초반과 후반에는 일반인들도 여럿 등장한다. 이때 가장 자연스럽게 주위에 융화되는 것이 이수근이다.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시민 인터뷰도 한다. 지난해에는 방갈로를 예약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시민에게 “아쉬운 분이 지금 오셨나”라며 웃음을 자아낸 것도 그의 재치에서 비롯됐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개그맨 출신이다. 단연 개그감도 뛰어나다. 이홍기가 시간 요정으로 등장한 유라에게 볼링 물따귀를 맞게 되는 상황에서도 즉석으로 캐스터에 빙의해 마치 중계하는 것처럼 나서기도 했다. 몸 개그는 물론 말장난까지 최고의 예능 능력치를 보여주고 있다.


박성광은 ‘밤도깨비’가 어딘가 B급 같은 느낌을 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메인MC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메인답지 않은 허술한 진행이 큰 역할을 했다. 첫 게스트인 최정원의 등장에 “떠내려갈까 불안하다”하는 것도 그의 존재감 흐린 캐릭터를 다지는 멘트였다.

관련기사



그러면서 멤버들을 평가한다는 것이 하나의 웃음 포인트가 됐다. 박성광은 앞서 ‘밤도깨비’ 단체 채팅방에서 중간 평가를 내렸다. 이수근에게는 “잘하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형돈에게는 “다 좋은데 멘트 할 때 오디오 안 물리게 조심하라”고 조언하기도. 어떻게 봐도 자신보다 활약하고 있는 상대들인데 격려와 조언을 하다니 아이러니함에서 웃음이 나온다.

/사진=JTBC ‘밤도깨비’/사진=JTBC ‘밤도깨비’


이홍기는 나이차 있는 형들과 막내의 중간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행사를 다녀와서 조금 늦게 합류한 이홍기에게 이수근이 “뭐 좀 사오지 그랬냐”고 타박하자 “안 그래도 그 돈으로 삼겹살 사왔다”고 센스 있게 받아쳤다. 한 술 더 떠서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생으로 한 입 먹어야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필터링 없이 뱉는 멘트들은 ‘밤도깨비’에 제격이었다.

형들을 놀리는 것도 수준급이다. 땅에 떨어진 고추로 벌레인척 형돈을 놀라게 했다. 다른 출연진들이 고추를 이용한 말장난을 하자 “이 형들 어떻게 하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가하면 몸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분량도 충분히 챙겼다. 시간요정 유라에게 물따귀를 맞게 돼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뉴이스트 종현은 확실히 예능 초보였다. 순둥한 막내로서 ‘헤헤헤’하며 순박한 웃음을 짓고 형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래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것이 막내의 매력. 문제를 틀리면서 하나씩 쌓여가는 상추를 꿋꿋하게 끝까지 먹었다. 밤 새는데 적합한 진득한 성품이 돋보였다.

최근에는 허당미까지 더해졌다. 조용하지만 한 방이 있었다. 선풍기를 영어로 하면 무엇인지 묻자 “에어컨”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수학은 잘한다”고 패기를 보였다가도 ‘루트’ 문제를 물어보자 “잘했는데 까먹었다”며 꼬리를 내렸다. 지난 방송에서는 ‘소금 김밥’을 만들어 멤버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밤도깨비’는 볼거리가 풍부한 예능은 아니다. ‘깔깔 유머’라 쓰고 ‘아재 개그’라 읽는 말장난에 즐거워하는 장면들이 대다수다. 분명 수준 높은 방송은 아니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을 던질 수 있는 편한 프로그램이다. ‘무근본’, ‘아무말’에서 주는 정형화되지 않은 유머코드는 어디로 튈지 몰라 더욱 기대된다.

지난달 첫 방송에서 초반 1%대(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최근 방송도 1.185%다. 터놓고 말해 높은 성적은 아니다. 프라임 시간대인 일요일 오후 6시 30분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다소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대 포진해있는 치열하고 화려한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밤도깨비’는 개성있는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앞서 JTBC에서 선보인 ‘상류사회’나 ‘뭉쳐야 뜬다’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멤버들의 합을 더욱 다져나간다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