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 발표를 시작으로 외교·안보 노선 ‘리셋’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지난주 말 ‘오른팔’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전격 경질한 뒤 첫 TV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으로 4,000명 규모를 추가 파병할 계획을 밝히며 ‘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의 일대전환을 선언할 것으로 관측했다. 배넌의 축출로 백악관을 휘어잡은 존 켈리 비서실장도 세제개혁 등 트럼프표 정책의 추진동력을 살려 지지층 복구에 나설 계획이지만 문제는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21일 저녁 TV연설을 통해 “아프간과 남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관여 대책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발표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의 고립주의 기조를 구축한 배넌 수석전략가를 해임한 지 하루 만인 19일 캠프데이비드에서 국가안보회의를 개최해 16년째 이어온 아프간 전쟁에 다시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 언론은 현재 8,400명의 미군과 나토군 5,000명이 주둔한 아프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4,000명가량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안보 주도권을 과시할 새 아프간 전략 연설을 시청률이 높은 저녁 프라임 시간대로 잡은 것은 외교안보 면에서 정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바닥에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백인우월주의’ 집회 이후 불거진 인종주의 비판을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또 최근 인종차별 양비론을 계기로 틀어진 기업인들과의 관계 복원에도 힘을 쏟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극우 강경파인 배넌 수석전략가의 퇴출로 백악관 전열 재정비를 마친 켈리 실장이 새 아프간 전략 발표로 유럽 등 전통동맹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감세 등 세제개혁에 역량을 집중하고 대중 무역정책에서 진전을 이뤄 트럼프호가 다시 순항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인종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혼란이 켈리 실장의 뜻대로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NBC방송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난해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미시간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반면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는 절반을 넘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걸핏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망해가는(failing) 뉴욕타임스(NYT)’라고 비난했던 NYT는 이날 백인우월주의 논란 속에 ‘망해가는 트럼프의 대통령직’이라는 장문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천사가 아닌 악마를 불러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NYT는 이어 “트럼프는 공화당 출신인 링컨의 유산을 버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노력이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공화당 지도부에 탄핵 카드를 처음 제시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