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전기료가 12%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탈원전으로 국민 불안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겠지만 3만5,000명에 달하는 원전산업의 일자리가 줄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친환경 전력정책의 비용과 편익’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현대연은 이번 연구를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근거로 △발전비용 증가·전기요금 인상 △발전소 건설 매몰 비용 △원전산업 영향 등 비용 측면과 △국민 안전·불안해소 △미세먼지 저감·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산업 육성 기회 등 편익으로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8차 전력수급계획에 맞춰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면 2020년 8,000억원, 2025년 3조5,000억원, 2020년 6조6,000억원의 발전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수요가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효과와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한 새로운 전원믹스를 모두 감안하면 2020년 3조9,000억원, 2025년 8조5,000억원, 2030년 12조6,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 증가분은 2020년 1.4%, 20205년 6.3%, 2030년 11.9%다. 전기료로 환산하면 2020년 3,307원, 20205년 7,212원, 2030년 1만681원가량이다.
현대연은 신고리 5, 6호기 등 계획 중인 원전과 신규 원전, 석탄 화력 공사가 중단되면서 발생하는 매몰 비용은 4조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각종 보상금이 2조7,000억원, 석탄화력에 투입된 사업비가 1조3,000억원 이상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탈원전 정책으로 2015년 기준 매출액 26조6,000억원, 종사하는 인력만 3만5,000명에 달하는 원전산업이 흔들리는 것이다. 현대연은 “단기적으로는 건설 부문, 장기적으로는 운영·정비, 발전부문 매출과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민들의 불안이 해소되고 발전소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초미세먼지를 38% 이상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 과정에서 2차로 생기는 응축성 미세먼지도 30% 이상 저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의 20%까지 확대되면 국내 신재생 산업이 발전할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백홍기 현대연 이사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상되는 전기료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수용 가능한 범위”라며 “다만 발전소 매몰비용과 원전산업 위축, 일자리 감소를 간과해서는 안 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