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맹꽁이

신미균 作



사람들은

자기들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우리를 맹꽁이라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 말을

알아들을 필요가 없어요

우리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들 말만 있으면 되니까요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답답하겠지만

우리들은 사람들이 답답해요


우리들은 맹 아니면 꽁이라는 소리만 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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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마음을 다 알 수 있는데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왜 그렇게 많은 말들이

필요한지 정말 모르겠다니까요

우리도 사전 속 수많은 단어들이 오롯이 눈빛 속에 들어 있던 때가 있었겠지. 별빛과 눈싸움도 했겠지. 처음 눈에서 말을 꺼낸 것은 누구였을까? 말로 사물을 부르고, 신화를 짓고, 신을 섬기고, ‘뒷담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찬란한 문명이 건설되고 지구의 일인자가 되었단다. 우리는 짝짓기철도, 동면도, 밤잠도 없이 바쁘단다. 만나자면 커피숍이요, 일하자면 회의실이니 세 치 혀로 장가도 가고 월급도 받는단다. 장마철에 슬쩍 나와 ‘맹’ 하면 ‘꽁’ 짝짓기하고, 땅속 휴게실에서 저마다 제 꿈 꾸는 맹꽁이들아, 우리는 이제 죽어라 남의 말도 배워 남의 꿈도 꾸어야 산단다.<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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