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 관광지인 옐로스톤국립공원 남단에 또 하나의 국립공원이 있다. 옐로스톤의 유명세에 가려 있지만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와 에메랄드빛 호수, 드넓은 초원이 절경인 그랜드티턴국립공원이다.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은 1년에 한 번씩 전 세계 언론과 금융가의 이목이 집중된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가 모이는 잭슨홀 미팅이 여기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잭슨홀은 국립공원 내 휴양도시의 이름으로 지형이 구멍(hole)처럼 움푹 파였다 해서 붙여졌다.
잭슨홀 미팅은 처음부터 주목받은 행사가 아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12개 지역연준의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준이 1978년 지역의 특성에 맞춰 농업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출발했다. 그저 그런 세미나가 유명세를 탄 것은 1982년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참석하면서부터다. 캔자스시티 연준은 볼커 의장이 플라이 낚시광이라는 데 착안해 그를 송어 낚시를 하기 좋은 잭슨홀로 초청했다. 이때부터 지금 같은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볼커 의장의 참석 후에도 늘 세계적 주목을 끈 것은 아니다. 휴식을 겸해 풍광을 즐기면서 고담준론을 논하는 학술대회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한국은행 총재도 대개 임기 4년 중 한 번꼴로 참석했다. ‘놀러 간다’는 시각이 부담스러워서다. 이성태 전 총재와 이주열 현 총재는 각각 부총재와 부총재보 시절 참석했다는 이유로 총재 재임 때는 가지 않았다.
2008년 월가발 금융위기는 잭슨홀 미팅을 세계 경제의 주요 이벤트로 격상시켰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그해 개막연설에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1개월 전이다. 위기의 전조인 서브프라임 부실이 강타할 때도 “월가 구제는 중앙은행의 임무가 아니다”라며 버틴 버냉키다. 2·3차 양적완화 조치도 잭슨홀 미팅에서 예고됐다. 24~26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 수장이 통화 긴축 강도에 대한 힌트를 줄 가능성 때문이다. 위기의 고비마다 빅 이벤트가 된 잭슨홀 미팅이 연찬회의 본모습으로 조속히 되돌아가기를 기대해본다. /권구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