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 문성현(65·사진) 전 민주노동당 대표를 위촉하면서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진 우리나라 노동시장 운동장이 더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인사로 일자리 정책을 그랜드 디자인하는 일자리위원회와 정책 집행 등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정책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 등 노동 정책의 핵심 3축을 전부 친노동 성향의 인물이 진두지휘하게 됐다. 현재 일자리위는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와 뜻을 함께하는 이용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는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출신인 김영주 장관이 각각 맡고 있다. 특히 재계는 사측과 노측을 중재하고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노사정위원장을 노동계 출신 인사가 맡게 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작 문 위원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노동계 편을 들려면 노조위원장을 하지 노사정위원장을 하겠느냐”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노와 사로부터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이어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징역을 많이 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극단적인 대립과 투쟁보다는 협의와 합의가 필요하고, 또 할 수 있는 때가 됐다”며 “기업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노조가 심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노동계도 새로운 노동 의제를 놓고 같이 토론하자고 설득한다면 다시 위원회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위원회의 외연도 확대할 계획이다. 문 위원장은 “노동계라고 했을 때 양대 노총만 있는 게 아니고 비정규직, 비조직화된 중소 영세 노동자들도 있고 사용자 쪽에도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이 있는데 그들의 발언권이 현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협의를 할 때 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 노사 정책의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에 압박을 주는 변수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어서 당혹감은 더 큰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무게중심이 워낙 노동계 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노사정’이 아닌 ‘노사노’위원회가 될 수 있다”며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양측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 정부 들어 노조 친화적인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경영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노사정위원회가 보다 종합적이고 균형감을 갖추지 못한다면 기업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노동계 출신 인사 임명으로 노동계가 다시 대화의 장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도 “다만 노동계 인사인 만큼 (재계도) 균형 잡힌 대화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