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악전고투 車업계, 협력사 고용위축 우려] 현대·기아차 1차벤더 올 채용 8%↓..."구조조정 칼바람 걱정"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협력업체의 신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패소할 경우 급격한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산업계 전반의 고용 위축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 300여곳의 올 상반기 신규 채용인원은 5,4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62명) 감소했다. 채용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8.2%, 9.4% 감소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판매가 반토막 나고 미국 시장이 정체되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된 탓이다.

특히 신차 판매가 극히 부진하다. 신차에 국한하면 올 상반기에 현대차는 28.8%, 기아차는 41.5% 줄었다. 신차 판매가 부진하면 완성차 업체는 협력사에 부품 주문을 줄인다. 이는 협력업체의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협력업체의 경영난은 부품 공급망의 붕괴로 이어지고 완성체 업체가 타격을 받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1차 협력사의 경영난은 고스란히 2·3차 협력사로 전이된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전으로 제조업 부문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제조업은 한국 산업의 20%를 차지한다. 관련 일자리는 매년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증가폭은 3년 연속 둔화됐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699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68만5,000명) 대비 1.9% 증가했다. 하지만 제조업 부문의 종사자 수는 363만명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종사자의 증가율은 지난 2014년 전년 대비 3.7%에서 2015년 1.6%, 2016년 1.1%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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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용의 더 큰 장애물은 통상임금이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패소시 최대 3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 상반기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7,87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3·4분기 영업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상반기 판매 부진으로 사실상 차입경영 중인 기아차가 적자로 돌아서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부족은 경영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건비가 오르면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줄인다. 경영상황 악화로 구조조정을 통한 인위적인 인력감축에도 나서야 한다. 이럴 경우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3년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5,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매년 인건비 부담으로 최대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매년 8만5,000~9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예상되는 실질 임금인상률은 매년 20% 이상으로 노사합의에 따른 인상률(3~4%)의 5~6배를 초과한다”며 “산업계가 지속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합리적 판결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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