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충격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자 달걀 산지 가격이 20% 이상 내린 데 이어 대형마트 3사도 일제히 가격을 인하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앞으로 추석이 있는 10월 초까지 달걀 소비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추가 인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23일 이마트(139480)는 알찬란 30개(대란) 소비자가격을 기존 6,980원에서 6,480원으로 500원(7.2%) 내렸다.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계란 값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30개 들이 한 판을 7,990원에서 6,980원으로 1,010원(12.6%)이나 낮추며 가장 크게 값을 인하했다. 롯데마트도 6,980원짜리 한 판을 6,780원으로 200원만 인하했다가 다른 대형마트가 예상외로 할인 폭을 키우자 400원을 추가 인하, 6,380원까지 값을 끌어내렸다.
대형마트가 이렇게 달걀 값 인하 경쟁에 앞다퉈 나선 것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소비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산지·도매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파동 직전인 지난 14일 각각 한 구에 184원, 169원이었던 특란·대란 산지 가격은 22일 144원·127원으로 21.7%, 24.9%씩 급락했다.
계란 판매 역시 크게 줄었다. 살충제 파동 직후인 16일부터 22일까지의 이마트 계란 매출은 2주 전에 비해 43.2%나 감소했고 롯데마트 계란 매출도 직전 주보다 40~45% 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판매가 안 되는 것을 넘어 기존 구매 제품에 대한 환불 요청까지 쇄도하면서 이날까지 대형마트 3사에 접수된 환불 건수는 4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산지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가 좀처럼 살아 나지 않으면서 대형마트들이 이번 가격 인하 외에 추가로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계란 값이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량은 각 대형마트별로 1~3% 밖에 줄지 않았으나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반발심리는 이를 한참 상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가 예상하는 가격 회복 시기는 대체로 10월 초 추석 연휴 전후께다. 명절 음식 수요를 고려할 때 이때까지 달걀 구매를 계속 외면키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부 발표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일반 축사에서 생산된 계란에 대한 수요 감소는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경험상 추석 때쯤이면 계란 수요도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당분간은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계속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