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릴리안 생리대를 쓰면서 22~30일 주기로 해오던 생리가 7~8주로 변하다 3개월에 1번으로 변했다. 생리주기라는 개념이 없어졌다.”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릴리안 생리대 사용자 10명 중 6명이 생리주기에 변화가 생겼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총 3,009건의 릴리안 생리대 피해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제보내용을 분석한 결과,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여성 가운데 65.6%(1,977명)가 생리주기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주기가 1∼2개월 바뀌었다는 응답이 22.7%(684명)로 가장 많았고, 3개월 이상이 10.3%(311명), 6개월 이상은 12.3%(370명)였다.
이날 제보자로 나선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3년 전 릴리안 제품을 처음 사용할 때 22~30일 주기로 해오던 생리가 7~8주로 변하고, 다시 3개월에 한 번으로 변하기도 했다”며 “불규칙적인 생리주기는 3년간 이어져왔지만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계속 써왔다”고 말했다.
생리기간 감소는 2일 이하 감소가 35.8%(1,076명)가 가장 많았고, 3일 이상~5일 이하 감소가 34.9%(1,050명)로 전체의 70.7%를 차지했다. 폐경이 된 경우도 4.7%(141명)나 됐다. 제보자로 나선 한 40대 여성은 “생리기간이 기존에 5~6일 정도였는데 작년부터 릴리안 생리대를 쓰면서 하루씩 줄어들어 올 초부터는 만 하루밖에 생리를 안 할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다른 사람보다 일찍 폐경이 왔나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 생리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릴리안 생리대를 쓴 뒤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응답은 68%(2,045명)였고, 48.3%(1,453명)가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을 호소했다. 이러한 증상으로 3년 이내에 병원을 찾은 사용자들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1,495명(49.7%)에 달했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명은 질염 51.4%(831명), 생리불순 38.1%(616명), 자궁근종 13.5%(218명), 자궁내막 관련 질환 9.8%(159명) 등으로 나타났다. 여성환경연대는 “제보자 가운데 다난성 난소증후군 판정을 받고 현재 생리불순과 호르몬 불균형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위해성 평가와 건강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보 응답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생리대와 건강 이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위생용품 등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식약처 및 제조업체인 깨끗한 나라에 △생리대 전수조사와 관리기준 강화 △건강피해 조사와 보상 △사용 중인 제품에 대한 리콜과 환불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소비자원에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