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의 접대비가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을 시행한 지 1년을 한 달가량 앞두고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왔다.
24일 국내 상장 제약사 중 상반기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15개사가 금용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접대비 항목이 있는 10개사 중 8개사의 접대비가 대폭 줄어들었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따라 회계상 지난해 8월 1일 신설법인으로 기록된 일동제약과 접대비 항목이 없는 녹십자, 종근당, 보령제약, 한독, 동화약품은 제외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 10개사의 접대비 총액은 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억원보다도 19% 감소했다. 접대비 지출을 가장 크게 줄인 곳은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이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상반기 접대비로 6억원을 지출했다. 올해는 1억8,000만원을 사용해 70%가량 규모를 줄였다.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의 접대비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65%, 62% 줄었다. 대웅제약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는 2억7,000만원, 동아에스티는 9,000만원으로 조사됐다. JW중외제약의 접대비는 1,1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동국제약은 2억1,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삼진제약은 상반기 접대비로 2억4,000만원을 썼다. 39% 줄인 값이다. 대원제약(800만원)과 일양약품(2억1,000만원)도 각각 32%와 29% 감소했다.
반면 광동제약과 한미약품은 접대비가 증가했다. 광동제약은 올해 상반기 접대비로 4억9,000만원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30% 늘어난 값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보다 접대비가 3.8% 증가했다. 총 35억원으로 액수로만 따지면 10개사 중 가장 많았다.
제약사는 한때 접대비 지출 상위에 대거 포진했을 정도로 접대비 관행이 뿌리 깊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지난 2014년 재벌닷컴이 2013년 결산보고서에 기재한 접대비를 집계한 결과 접대비 규모 상위 30개사 중 제약사는 9개로 가장 많았다. 한편 전체 상장 제약사 중 상반기에 접대비로만 10억원 이상 지출한 곳은 한미약품, 환인제약, 경보제약, 대한뉴팜, 대화제약, 명문제약 등이었다. 한미약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반기 매출이 1,000억원이 되지 않는 규모의 제약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이 접대비와 판매관리비 등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면서도 “다만 회사마다 재무제표상 접대비 계정을 포함하지 않거나 달리 집계하는 경우도 있어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