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이 불황에 빠지면서 R&D 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 눈앞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기업 문화가 가장 큰 이유다. 호황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불황일수록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각국 50대 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50대 기업 평균 R&D 비용(2015년 기준)은 5억1,910만달러로 미국(39억3,520만달러)의 8분의1, 일본(16억1,760만달러)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호황인 반도체를 제외하면 국내 대부분의 제조업종은 R&D 비용을 줄였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조선 3사의 상반기 R&D 비용은 1,065억원으로 지난해(3,559억원)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출이 줄고 자연스레 R&D 비용도 축소한 것이다. 그나마 R&D 비용을 늘린 철강과 정유업종도 매출액 대비 투자금액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정유화학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2 반도체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 기반을 마련하려면 획기적인 R&D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