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코리아(Made-in Korea)’가 절벽 위에 섰다. 그간 중국 특수를 기반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은 올 평균 가동률이 71.6%(2·4분기 기준, 2009년 1·4분기 이후 최저)까지 떨어졌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은 사면초가에 빠졌고 반도체를 빼면 마땅한 미래산업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특히 ‘가격의 일본, 기술력의 중국(신 넛크래커)’이라는 협공 속에 통상임금 소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변수까지 더해져 국내 제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조선·해운·철강 등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은 표류하고 있고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과 LG디스플레이 등은 글로벌 TV시장, 디스플레이 등에서 경쟁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정부 주도로 제조업 부활에 팔을 걷어붙인 미국·일본을 비롯해 기술 혁신을 이룬 중국이 한국 타도를 외치지만 국내 기업은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저임금 및 법인세율 인상,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감축, 정규직 채용 법제화 등 온갖 굴레가 기업에 씌워지고 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제조공장을 운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기업을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싱크탱크들도 일제히 암울한 제조업 현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국내 제조업의 신진대사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제조업의 동맥경화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우리 제조업체 중 새로 등장한 회사와 사라진 회사의 비율은 2011~2015년 연평균 25.0%로 독일(53.8%)과 미국(46.9%)에 크게 못 미쳤다. 생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한경연이 2011∼2016년 30대 그룹 164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종업원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연평균 각각 1.8%, 3.0%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비용구조를 줄여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이래서는 ‘제조업 엑소더스’를 막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 대기업 고위임원은 “기업 투자를 어렵게 만들면 결국 제조업 붕괴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상훈·김우보기자 세종=서민준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