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조업 뿌리째 흔들린다 <하>] 新기술·벤처에만 올인...규제 사슬에 매여 홀대받는 굴뚝산업

성장정책 내놓지 않는 文정부

2014년 정부 대책이 마지막...청사진도 없어

산업부는 '脫원전' 매몰...산업정책 손도 못대

AI 등 '4차 산업혁명위'도 위상 격하에 표류

2815A03 제조업성장정책


지난해 초 중국은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을 발표했다. 독일의 제조업 성장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통산업 개발부터 고도화된 산업까지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이다. 중국은 200억위안(약 3조3,800억원) 규모의 첨단제조펀드(AMF), 1,390억위안(약 24조5,000억원)의 국가집적회로펀드(NICF), 400억위안(약 6조7,000억원)의 신성장산업투자펀드(EIIF) 등도 조성해 제조업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은 매년 신생 벤처·스타트업이 360만개가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으로 역동성이 넘친다.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는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분석한 뒤 “한국과 독일, 일본이 가장 큰 위기에 놓일 나라로 꼽혔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이나 일본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만년 5등 한국은 제조업 육성전략이 사라지고 있다.

제조업에 국한한 정부 대책을 내놓은 것도 2014년이 마지막이다. 더욱이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냈지만 성과는 없다. 자동차는 국내외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고 조선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허덕이고 있다. 제조업과 4차 산업혁명과의 접목 노력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주요국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9위에 그쳤다. 1~3위는 싱가포르와 핀란드, 미국이 차지했고 대만(14위)과 일본(15위)은 우리보다 높았다. 전직 경제부처 고위직 출신 인사는 “새 정부가 중기벤처에만 올인하다 보니 성장정책에 정작 ‘앙꼬(제조업·대기업)’가 빠져 있다”며 “제조업 혁신전략 없는 성장전략은 허구”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 들어와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3%대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경쟁제한적 제도 혁신과 혁신 중소기업 육성 두 가지를 꼽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중소기업과 벤처를 중심으로 3%대 성장을 일궈내겠다는 게 골자다. 대기업과 제조업에 대한 언급은 찾기 힘들다. 강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한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뒤안길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해졌는데도 4차 산업혁명 등의 장밋빛 환상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산업정책은 기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나마 이번 정부는 어떤 정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새로운 제조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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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탈원전 이슈에 매몰돼 산업정책은 손도 못 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다 보니 대기업이 중심이 되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새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서도 먹거리와 관련된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했다. 산업부에서 산업정책을 담당했던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산업정책 실종사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간 산업정책이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총리급 위원장에서 위상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총연합회가 22일 긴급회장단 회의를 열고 위상축소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

반면 중국의 부상에 경쟁국들은 뛰고 있다. 미국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해외로 나간 제조업체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5년 발표한 ‘로봇 신전략’에 이어 인공지능(AI)과 로봇, 빅데이터 등을 이용한 기술혁신을 여러 분야에 도입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소사이어티 5.0’을 추진 중이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일찌감치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세종=김영필·강광우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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