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이 신제품·정책변화·행정소송 등 3대 변수로 안개 속이다. 정부와 이통통신사들이 통신요금과 과징금을 두고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제조사들은 사활을 건 마케팅 전쟁에 나섰다. 반면 스마트폰과 통신요금 할인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혼돈의 이통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관심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강제적으로 요금할인율을 25%로 인상하고 분리공시제와 비교공시제 시행을 추진하는 동시에 이통사의 불법보조금에 대해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통사들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광장, LG유플러스는 김앤장을 선임했고, KT도 조만간 법률대리인을 정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다음날 중순으로 예상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보조금 과징금 액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2달 안팎이던 조사대상 기간이 올 초부터 이달 말까지 8개월로 늘었기 때문에 과징금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다 정부가 강하게 통신비 인하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과징금 액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과징금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법무 대리인을 선임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요금할인율 인상에 대한 행정소송 여부도 고민 중인 상황에서 과징금까지 예고되면서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 불법보조금 내달 철퇴
이통사, 법무 대리인 선정 나서
제조사, 분리공시제 시행 앞두고
전략 스마트폰 마케팅전쟁 시동
소비자는 “혜택 지켜보자” 기대
잇따라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제조사들도 치열하게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는 다음 달 21일쯤 갤럭시노트8과 V30을 출시하고, 애플도 다음 달 12일 아이폰8을 공개한 후 22일쯤 글로벌 판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활을 건 경쟁을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의 단말기 가격 인하 조치가 더해졌다. 방통위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다음 달 15일 요금할인율을 올리는데 이어 9월말 분리공시제, 내년에 비교공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공시지원금 중 이통사와 제조사의 비중을 분리해 공개하는 제도고, 비교공시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0개국의 단말기 출고가격을 공개하는 제도로 제조사들은 단말기 출고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된다. 단말기 판매 감소와 출고가격 인하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처럼 정부의 할인율 인상강행과 이통사들의 행정소송 여부, 불법보조금 과징금 규모와 이통사의 소송 움직임,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 도입에 따른 단말기 가격 변화 등 이통시장은 거대한 변화의 폭풍이 몰아치는 상황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대해 이통사와 제조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시장지형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와 이통사·제조사가 어디에서 합의점을 찾느냐에 따라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이 달라지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