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미증유의 삼성 어디로] 컨틴전시플랜 없이 자율경영체제 이어간다

미래전략실 대체조직 출범 등

오너부재 대책 논의 전혀 안해

전문경영인 역할 더 커질듯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밝힌 이 말은 향후 삼성의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적인 표현이다. 지난 25일 1심 선고와는 별개로 이번 재판을 무죄 혹은 집행유예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앞으로 진행될 삼성 경영권 승계에서도 거센 비난 여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 재판 대응 외에 다른 곳을 볼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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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2선 후퇴나 그룹 미래전략실 대체 조직 출범, 수요일 사장단 회의 부활 등 그 어떤 것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의 2선 후퇴를 공식화할 경우 자칫 특검이 주장하는 혐의들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 부재가 적어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 만큼 삼성전자 부회장 직함은 유지하면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 상징적인 자리만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2월 미전실 해체 이후 출범한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가 장기화한 만큼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책임에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도 전망된다. 그룹 맏형인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비정기적 회동을 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머리를 맞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부회장을 겸직 중인 권 부문장은 ‘문재인 대통령·기업인 간담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기업인 간담회’ 등에 참석하면서 사실상 총수 대행을 하고 있다. 당분간 권 부문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지만 그가 5년 내지 10년 후를 내다보는 투자를 단독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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