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의 1m 퍼트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우승이 걸린 중압감 아래라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에서도 1m 퍼트로 승부가 갈렸다.
18번홀(파4)에서 벌어진 이정은(21·토니모리)과 장하나(25·비씨카드)의 첫 번째 연장전. 그린을 놓친 이정은이 세 번째 샷을 홀 3m 남짓한 거리에 올렸고 장하나는 두 타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뒤 1m 가량의 파 퍼트를 남겨 뒀다. 절대적으로 장하나가 유리해 보인 상황. 이정은의 파 퍼트가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2차 연장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장하나의 짧은 퍼트가 빗나가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이정은이 연장전 끝에 짜릿한 역전극으로 시즌 3승 고지에 올랐다. 이정은은 27일 강원 정선의 하이원CC(파72·6,51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장하나와 동타를 이룬 뒤 천금의 연장전 파 퍼트로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번 우승으로 이정은은 김지현(26·한화)과의 ‘대세’ 경쟁에 맞불을 놓았다. 1억6,000만원을 보탠 이정은은 시즌상금 7억8,900만원을 쌓아 김지현(6억9,200만원)을 제치고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다승에선 김지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대상 포인트와 평균타수에서는 1위를 유지했다.
공동 선두에 5타 뒤진 7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이정은은 3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 6타 차로 떨어지면서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4번과 5번, 이어 8번과 9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차근차근 타수를 줄였다. 선두권이 주춤하는 사이 11번홀(파5)에서 다시 1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올라선 이정은은 16번(파3)과 17번홀(파4)에서 잇달아 버디 퍼트를 떨궈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이날만 6타를 줄인 장하나가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올 시즌 도중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권을 반납한 장하나는 국내 무대 복귀 이후 첫 우승을 노렸지만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13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이보미(29)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박유나, 최유림과 함께 공동 3위(7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