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삼성전자 펀더멘털 탄탄...계열사는 실적 위주로 투자 나서야

■ 이재용 1심 실형...CIO들이 예측한 삼성그룹주 앞날

李부회장 이슈 이미 주가에 반영

외국인 차익실현도 마무리 조짐

그룹주펀드도 당분간 상승세

'경영투명성 확보' 긍정적 영향도

오너 지분율 높은 계열사는

변동 가능성 커 주의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과 관련,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과는 별개”라며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4%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삼성그룹주 펀드도 철저히 삼성 계열사들의 실적을 중심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오너 지분이 높거나 승계와 관련된 계열사는 다소 변동이 감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주 삼성전자는 혼재된 호재와 악재 속에 외국인의 차익 실현 매물에 흔들렸다. 갤럭시노트8 공개 전후로 강세를 보이던 주가는 이 부회장의 실형 소식에 1% 이상 떨어졌다. 주 초반 3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나 25일 1.05% 하락한 235만1,000원에 마쳤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면서 하락을 부추겼다. 삼성전자의 주가에 CIO들의 고민도 깊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마무리되는 듯 보이는데다 갤럭시노트8 출시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오너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CIO들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을 신뢰한다. 오너 리스크로 삼성전자의 펀더멘털까지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 이슈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데다 예상된 수준의 결과”라며 “삼성그룹의 조직력을 봤을 때 1심 판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총괄대표도 “오너가 부재하더라도 신제품 개발 등 본업에는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어차피 삼성전자의 사업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 SK·한화·CJ 등 총수가 구속된 재벌기업들도 대부분 주가에 별다른 부침이 없었다. 오히려 총수 구속 후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오너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에서다.


다만 대규모의 투자 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는 늦춰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CIO는 “삼성 정도의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오너의 개입이 없어도 경영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나 지배구조 개선 등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그는 “이번 판결의 충격으로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선,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등 경영 투명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게 되면서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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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외의 계열사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오너의 지분율이 높거나 기업 승계와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는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주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오너 지분율이 높거나 승계와 관련해 주가가 고평가된 계열사들도 있다”며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부사장은 “그룹에서 지원해줘야 할 만큼 체력이 약한 회사들이 아니어서 주가 역시 철저히 실적대로 움직일 것”이라며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됐다 해도 실적이 좋다면 주식을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허 대표는 “일부 계열사는 펀더멘털이 탄탄하지 않아 이미 최근 주가가 좋지 않다”면서도 “이들 계열사들의 주가가 다시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더 빠질 것 같지도 않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2%(25일 기준) 올랐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그룹주 펀드도 올해 24.62%의 수익률을 올려 지난해 상반기까지의 부진을 씻어냈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장기 수익률은 5년 기준 -3.36%로 여전히 부진하지만 삼성의 실적이 당분간 반도체 호황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펀드 성과 역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해외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들이 삼성그룹주 투자에서 손을 떼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여타 그룹 총수가 구속됐다고 해서 해외 SRI 펀드들의 움직임이 포착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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