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기간 중인 26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의도와 앞으로 한반도 정세의 전개 흐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이번 도발을 ‘예상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ICBM(대륙간탄도탄)급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에 이어 새롭게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차원 보다는 과거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응해온 도발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UFG 연습 기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고 그보다 한 해 전 UFG 연습 기간에는 경기도 연천 DMZ 남쪽 지역으로 포격 도발을 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상황은 전략적인 도발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북한도 을지연습 기간 통상적인 대응훈련을 해 왔는데 그런 차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도발 직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하면서도 대응수위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특히 발사체의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한 미국 태평양사령부와는 달리 “군 당국의 정확한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이 같은 수위조절에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한반도 정세의 국면전환 가능성과 연결지어 보고 있는 청와대 내부의 분석도 자리하고 있다.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도발의 강도에 이목이 쏠렸던 상황에서 북한이 예년 수준의 ‘저강도 도발’ 카드를 쓴 것은 한반도의 긴장이 대화국면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가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 상황을 더 악화하지 않고자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이런 정도의 도발이라면 UFG 훈련 후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도 훈련 기간이든, 아니면 그 후든 북한이 도발을 자제한다면 한반도 상황이 대화국면으로 옮겨갈 수 있는, 그런 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런 분석은 1차 북핵 위기 뒤에 제네바 합의가 도출된 것처럼 북한이 잇따른 도발로 긴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 ‘벼랑 끝 전술’의 이면에는 미국과의 대화를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경험칙에 근거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 도발을 통상적인 ‘을지연습 대응용’이라고 해석한 것은 결국 북한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있을 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고강도 도발은 자제했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도 결국 미국과 대화를 하기 위해 한반도 정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실제 벼랑으로 떨어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 국면의 의미를 잘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북한과 미국이 전격적으로 대화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북·미간의 기싸움 속에서 외교적 역할에 제약을 받았던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능동적으로 운신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북미 간 대화를 촉구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이산가족 상봉, 적십자회담 제안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주도하는 게 맞다”면서 “우리의 역할이 있는 만큼 ‘코리아 패싱’ 같은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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