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지금보다는 더 투명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의혹으로 독립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민연금 감동 당국이 기금운용본부 바깥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독립적인 법정기구로 만들기로 가닥을 잡았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외압논란을 낳았던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관련 규정을 개정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의결권행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 연말께 공청회를 거쳐 내년에 국회에 제출하는 등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 의결권행사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행사한다. 다만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2006년 설치됐다.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인사권자인 기금운용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해서 산하 센터장 등 내부인사들로만 위원을 구성하다 보니 아무래도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전문위원회는 정부와 가입자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하는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전문위원회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적어도 의결권행사 지침상으로 보면 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가 요청한 안건만 심의할 수 있을 뿐 개별 안건에 대해 독자적인 상정 권한조차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 명확하게 드러났듯이 전문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의견 개진조차 못하고 의사결정과정에서 제외되는 등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특검 수사결과, 당시 청와대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