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국내 생명보험 업계 부동의 1위(자산 기준)다. 2위와의 격차도 두 배 이상이다. 최근 업계에선 삼성생명의 새로운 도전인 온라인 보험판매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온라인 시장에서 삼성생명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대에 대응하는 삼성생명의 전략과 성과를 살펴봤다.
‘비(非)대면과 무점포’. 이 두 단어는 최근 몇 년 간 은행, 증권 등 국내 금융권을 관통해온 핵심 키워드다. 금융사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상품 가입과 고객 관리를 하는 시스템 구축을 당면과제로 삼았다. 대면 창구와 관련 인력 감소로 비용절감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기도 했다. 비단 금융사만 이득을 보는 건 아니었다. 고객들도 굳이 점포를 찾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감할 수 있는 ‘윈-윈’ 시스템이었다.
이 같은 전략은 금융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보험업계도 그 중 하나였다. 보험업계에서 ‘비대면과 무점포’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곳은 손해보험 시장이었다. ‘다이렉트’라는 이름으로 급성장한 자동차 보험 영역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국내 주요 손보사 온라인 혹은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해 몇 번의 터치로 쉽게 견적을 확인하고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가입 환경의 변화는 자동차 보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실제 수치를 봐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상반기 기준 국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한 약 7,800억 원으로 추정되고 된다.
온라인·모바일 기반 보험 상품판매 서비스는 이제 손해보험 업계를 넘어 생명보험으로까지 스며들었다. 특히 중견 업체를 중심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던 온라인·모바일 생명보험 시장에서 최근 대형 생보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실 생명보험은 온라인 상품판매가 이뤄지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 저축보험, 연금보험, 변액보험 등은 상품 약관부터 보장한도, 수익률 등이 천차만별이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의 손해보험 상품에 비하면, 소비자들이 생명보험 상품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생명보험 상품 판매는 점포 방문, 혹은 설계사의 직접 방문·상담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한국생명보험협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생명보험 판매는 주로 설계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고객들의 니즈가 확실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대형 생보사들은 설계사 조직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해왔어요. 최근 몇 년 사이 ‘금융 컨설턴트’, ‘금융 매니저’ 등으로 명칭을 바꾸며 설계사 이미지 제고와 젊은 인재 영입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반면 중소 업체들은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을 키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전략이 바로 온라인 채널의 활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온라인 채널은 소위 ‘틈새시장’이었어요. 대형사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시장이었죠. 그러나 상황이 급반전됐습니다. 대형사들이 앞다퉈 시장 진출에 나섰으니까요. 지금은 시장 자체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국내 온라인 보험 시장에선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중견 선발업체들과 조직과 자본력, 시장 경쟁력을 갖춘 대형사 중심 후발주자들의 판세가 뒤집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생명보험 업계 부동의 1위이자 무서운 뒷심으로 선발주자들을 맹추격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보험시장에서 삼성생명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삼성생명의 지난 1분기 온라인보험(텔레마케팅 제외) 초회보험료는 7억 4,2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억 1,400만 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통상적으로 온라인보험 시장에선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성장세를 가늠한다. 초회보험료는 보험에 새로 가입한 신규 계약자가 보험사에 납입한 1회 차 보험료를 의미한다. 장기 납입의 시작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초회보험료는 보험사의 대표적인 영업지표로 꼽히고 있다. 삼성생명의 온라인 점유율은 2015년 3% 수준에서 지난해 10%대로 대폭 늘어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이미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온라인 보험업계 선두인 교보생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1분기에 온라인 보험시장에 뛰어든 생보사 중 가장 많은 초회보험료 약 12억 8,200만 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삼성생명의 초회보험료가 최초로 교보생명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이처럼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온라인 다이렉트 채널 강화와 모바일로의 채널 확장에 성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생명은 모바일과 보험을 합친 개념인 ‘모바일슈랑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쉽게 말해 모바일 슈랑스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 삼성생명은 기존 다이렉트채널 홈페이지 개편해 모바일 기기로 설계부터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한층 강화했다. 모바일에서도 기존 온라인 채널과 동일한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해 가입자를 확보해나갔다.
온라인 전용 상품의 출시도 삼성생명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삼성생명은 대형 생보사 중 유일하게 온라인 전용 변액적립보험을 출시했다. 변액적립보험이란 납입보험료 중 사망 보장 등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금액을 일종의 ‘특별 계정’에 투입, 이를 펀드에 투자해 펀드운용실적에 따라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투자실적이 좋으면 보험금 및 해지환급금이 늘어나지만, 실적이 좋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동안 변액보험은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설계사의 설명과 도움 없이는 이해가 어려웠다. 변액적립보험은 판매자격증을 취득한 보험 설계사만이 고객 지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보험 상품이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과감하게 변액보험을 온라인 채널에도 적용했다. 이는 온라인 보험채널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연금보험, 암보험, 상해보험 등 온라인 전용 상품 포트폴리오가 구축된 상황에서, 변액보험으로 포트폴리오 완성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전략이었다. 삼성생명은 포트폴리오가 완성된 이후부터 공격적으로 온라인 보험 마케팅을 시작하기도 했다.
온라인 고객을 위한 기존 맞춤형 상품 역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한 달만 유지하면 100% 이상 환급되는 저축보험, 두 번째 암 진단 환자에게도 보장을 해주는 암보험, 장기 계약 유지 고객을 대상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연금보험 등 차별화된 상품들이 온라인 보험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온라인 보험시장에서 기존 상품과 함께 소액 위주의 보장성 상품을 온라인 전용으로 개발해 상품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켜왔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필요한 상품 또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시대에 대응하려는 삼성생명의 전략은 비단 상품 판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원들의 업무 과정에도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비용 절감과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금융업계에 불고 있는 ‘페이퍼리스(Paperless)’ 문화의 도입이다. 페이퍼리스는 말 그대로 ‘종이가 없다’는 의미다. 고객 모집과 상품 가입을 모두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로 유도해 아날로그 가입 방식에서 발생하는 낭비 요소를 줄인다는 것이 페이퍼리스 업무 도입의 주요 목적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7월부터 보험가입 절차에 ‘모바일 약관’ 시스템을 도입했다. 생명보험의 경우, 보장기간과 범위에 대한 설명이 매우 길고 복잡해 이를 모두 종이에 담으면 1,000장이 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대다수 보험사들은 문서파일 형태로 담은 CD나 책자로 고객들에게 약관을 전달해왔다.
삼성생명은 사내 금융 컨설턴트가 보유한 태블릿PC를 통해 전자서명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 문자메시지로 상품 약관을 고객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문자메시지에 담긴 링크만 누르면 약관을 바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색 기능까지 갖춰 보고 싶은 내용만 골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삼성생명 측은 “모바일 약관의 활용 추이를 검토한 뒤, 이미 판매한 이전 상품 약관의 모바일화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약관 외에도 상품 설명서 같은 고객 필수서류를 모바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온라인 전략은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며 회사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온라인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삼성생명의 향후 성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