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인터넷 연결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인형, 인기 헤드폰 세트, 섹스 토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소비자를 감시했다는 이유로 해당 제조업체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원격 조정이 가능한 바이브레이터 판매업체 위바이브 We-Vibe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집단 소송에서 375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앱을 사용해 고객들의 제품 활용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고 있다고 제기된 소송이었다. 오디오 기업 보스 Bose도 헤드폰을 통해 사용자의 음악 청취 이력을 포함한 데이터를 몰래 수집했다는 혐의로 피소를 당한 상황이다.
이는 모두 소비자의 우려를 자아낼만한 사건들이다. 단순히 전화나 컴퓨터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연결된 거의 모든 기기에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구글이 사용자 검색 이력을 추적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개인이 소유한 평범한 제품에도 감시 기능이 탑재돼 있을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제품들이 감시 기능을 갖추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점차 소형화되는 마이크로 칩과 무선 라디오의 개발 덕분에 기업들은 좀 더 쉽게 감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소비자 가전제품의 수익 마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들이 단순히 기기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것을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감시 기능의 원리는 간단하다. 기업들 입장에선 구매자들이 제품(섹스 토이 포함)을 스마트폰 앱에 연동하도록 설득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앱은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추적하고, 해당 정보를 제조업체에 전달해준다.
사생활 보호 주창자들은 최근 벌어지는 이 모든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계속 스파이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례로 제네시스 토이 Genesis Toys-아이들의 목소리를 녹음해 수집하는 인형과 로봇을 판매한다-는 현재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독일 규제 당국도 부모들에게 이 장난감을 파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제네시스 토이 측은 아직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제이 에델슨 Jay Edelson은 이에 대해 “판사들도 사생활 보호를 옹호하는 입장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로펌은 인터넷 연결 기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사생활 침해 관련 집단소송을 수십 건 제기한 바 있다. 에델슨은 이 같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주요 원인에 대해 제품 엔지니어들이 법률 부서와 상의 없이 제품에 데이터 수집 기능을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기업들은 제품 기능을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문제를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프로스카우어 로즈 Proskauer Rose의 프라이버시 전문 변호사 제프리 뉴버거 Jeffrey Neuburger는 “기업들이 이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의 데이터 수집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보스 헤드폰을 쓰는 많은 사용자들은 해당 앱이 아무런 가치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보스는 기업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며,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수집을 통해 제품 활용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 됐든 ‘사용자 감시’ 제품들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버거는 “앞으로 기업들은 좀 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소송도 더 많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JEFF JOHN ROBE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