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대환칼럼] ‘소득주도 성장’의 매력과 유혹

인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말은 성장·분배개선 두 토끼

실제론 효과낮고 수출감소 초래

지지율에 취해 밀어 붙이다가

재정한계봉착 분배 간섭 우려

김대환 전 노사정위원장




현 정부는 아무도 가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써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정치적 효과를 톡톡히 거두면서 적지 않은 국민들이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원래 소득주도 성장은 논리적으로는 동어반복(tautology)에 지나지 않지만 이보다는 논리적인 ‘임금주도 성장’에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소득까지를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정부가 표방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모습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즉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소득지원을 통해 민간소비를 진작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인데, 말대로만 된다면 경제성장과 더불어 소득분배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매력적이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외피는 성장이지만 속살은 분배다. 조세감면 정책과 철저히 차별화하고 ‘소비가 미덕’이라거나 ‘양적 완화’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도 관련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기대 못지않게 한계 내지는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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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적해둬야 할 것은 소득주도 성장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크게 보면 경제정책은 공급중심과 수요중심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전개돼왔다고 할 수 있는데 소득주도 성장은 그동안의 공급 사이드에서 수요측면으로 경제정책의 역점이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동은 그 전에 케인지언적 수요중심에서 신자유주의적 공급 중시로의 전환이 이뤄진 역사적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명시적으로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케인지언적 복지국가의 정책이 말하자면 완전고용을 목표로 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인 셈이다. 이로 인해 서구는 황금시대를 구가하기도 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장기침체에 빠져들어 현재에도 그 ‘영광의 과거’로 돌아가려고는 하지 않는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임금주도 성장론은 이론적 가설의 일각에 머물러 있다.

다음으로 임금주도 성장론에 국한해 보더라도 임금증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반드시 일의적이 아니다. 임금의 성장 효과는 일차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성향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지만 우리처럼 가계부채가 크고 대외의존적인 경제체제에서는 효과가 반감되거나 상쇄될 수도 있다. 가계부채는 임금의 소비 효과를 제한하기 마련이고 소비의 상당 부분은 수입 생필품으로 향할 것이다. 또한 임금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의 제약은 수출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순수출에 역효과를 가져온다. 전체적으로 보면 임금을 포함한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대할 때 기업투자와 정부 세입에 영향이 없다고 하더라도 소비 효과와 순수출효과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경제성장의 효과가 반드시 일률적으로 시현된다고 예단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책수단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재정밖에는 없다. 임금주도 성장 제안자들이 제일 먼저 꼽는 최저임금 역시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번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동원된 수단도 평균인상률 초과분에 대한 재정지원이었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분배정책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고자 할 터이지만 결국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확충에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복지와 관련한 제도개선 및 급여인상과 더불어 ‘핀셋 증세’가 추진되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최저임금이든 복지든 재정투입을 통한 저소득층 소득지원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재정의 한계에 봉착해 현 정부는 힘든 보편적 증세나 산업합리화와 노동개혁보다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분배과정에 개입할 유혹을 느끼게 될까 봐 우려된다. 기우이기 바라지만 허술한 ‘소득주도 성장’에 명운을 걸고 지지율에 취해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때 우려는 이미 현실화돼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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