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한 29일 일본 전역은 전시를 방불케 하는 비상 상황을 연출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4분 후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을 발동하며 긴급 소식을 타전했고 미사일이 통과한 인근의 12개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지시까지 내렸다.
이날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6시께부터 홋카이도에서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시민들은 대피처로 이동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반복해 흘러나왔다. 피난 지시 방송은 홋카이도 외에 아오모리·이와테·도치기·나가노 등 12개 지역에 내려졌다. 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한 홋카이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안전 확인을 위해 신칸센 및 기차 운행이 한때 중단됐다. 갑작스러운 대피 사이렌과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한 시민들 중에는 인근 지하철역이나 건물 내부로 피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며 관공소로는 주민들의 문의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도쿄 신바시에서는 이날 신문사들이 호외를 배포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당 지역 주민들은 피할 곳이 없다는 데 놀랐고 출근길 시민들도 패닉에 휩싸였다”며 “이날 북한이 일본 국민들의 공포 수위를 끌어올리고 경고 알람을 켠 셈”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NHK에 따르면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제기구 등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은 1998년 ‘대포동1호’ 미사일 발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북한은 지난 2016년까지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세 차례 더 발사했지만 모두 국제기구를 통해 사전에 발사 사실을 알렸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미군 조기경계위성으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1보를 전해 받은 뒤 항공자위대의 지대공유도탄 PAC3 발사기를 조준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미사일이 일본으로 날아올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요격을 시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